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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호카' 폭행 사건 뒤에 '대기업 회장님'이 있다고?

  • 2026.08.11(화) 08:00

조성환 조이웍스 전 대표 8개월만 기자회견
"경쟁업체가 짠 판…배후 있다" 폭탄 발언
업계 "설계는 비약…판권 향한 절박함일 수도"

전 호카 총판사 조이웍스 조성환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호카 갑질 폭행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 12월 서울 성수동의 한 폐건물. 유명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 국내 총판인 조이웍스의 조성환 대표가 거래처 관계자 두 명을 이곳으로 불러 폭행했습니다.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폭행'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패션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분노했는데요. 결국 조 대표는 사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카도 조이웍스와의 계약을 해지했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조 전 대표가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 사건이 처음부터 '경쟁업체'가 짠 판이었다고 해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억울함을 토로하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판을 짠 경쟁업체 뒤에 '대기업 회장님'이 있다는 폭탄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짜놓은 덫에 걸렸다?

조 전 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개인 불찰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폭행이 '하청업체를 향한 갑질'이 아니라 경쟁업체와의 오랜 갈등 끝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전 대표가 지목한 상대는 '케이브웍스'입니다. 폭행 피해자인 임 모 씨와 천 모 씨가 함께 세운 회사인데요. 임 씨는 조이웍스 30대 전 직원이고 천 씨는 임 씨가 재직 시절 관리하던 인테리어 거래처 대표였습니다. 임 씨 퇴사 후 두 사람이 손잡고 케이브웍스를 차렸다는 게 조 전 대표 측의 설명입니다.

전 호카 총판사 조이웍스 조성환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호카 갑질 폭행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조이웍스는 두 사람이 조이웍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경쟁 매장을 차린 사실을 확인하고 2024년 9월 거래를 끊었습니다. 애초에 언론에서 조이웍스와 케이브웍스를 원청과 하청 관계로 보도했지만 이미 폭행 당시 계약상 갑을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 전 대표는 정식 거래가 끊긴 이후 케이브웍스가 조이웍스 내부 직원을 포섭해 정보를 빼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직 직원에게 금품을 건네고 이 직원을 통해 계약서 양식과 운영 방식까지 그대로 빼내 자기 사업에 썼다는 주장인데요. 이 정보 유출이 발각될 위기에 몰리자 임 씨와 천 씨 측이 조 전 대표를 자극해 폭행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러닝 브랜드 '풀라르'의 설립자 손나자용 대표도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손 대표는 피해자 측과 동업 관계였다고 하는데요. 사건 전부터 피해자들이 "몇 대 맞아 주고 끝내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대표는 이 발언 외에도 케이브웍스와의 경쟁 관계를 뒷받침하는 메신저 대화, 폭행을 유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 등을 이날 함께 공개했습니다. 조이웍스는 최근 케이브웍스를 배임증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죠.

암시만 남겼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경쟁업체 하나가 벌인 일이 아니라 그 뒤에 '회장님'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아갔는데요. 자신을 둘러싼 언론 보도부터 검찰·경찰 수사까지 모두 이 배후의 회장님 개입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폭행 사건 보도 후 나흘 만에 호카 본사 데커스가 조이웍스의 총판 계약을 해지한 것도 이 배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손나자용 대표 역시 회장님을 거론했습니다. 손 대표는 피해자 측과 가까이 지내며 들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피해자 중 한 명이 "회장님이라는 인물이 조성환이 설득이 안 되니까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가자 하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피해자 측이 자랑하듯 '정치권이나 수사기관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는 게 손 대표의 전언입니다. 

손나자용 풀라르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호카 갑질 폭행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회장님'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조 전 대표는 그저 "누구나 다 아는 기업의 회장님"이라고 밝혔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조이웍스와 데커스의)계약 해지로 가장 큰 이득을 볼 기업을 유추해 보라"거나 "기사를 조금만 쫓아가면(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과거 호카 총판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된 대기업들 중 한 곳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었죠.

실제로 호카와 조이웍스가 갈라선 뒤 여러 대기업들이 호카 총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무신사는 공개적으로 호카 판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랜드, LF 등이 호카에 관심을 기울인 기업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엔데믹 이후 러닝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브랜드인 호카의 판권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 건 사실입니다.

회장님이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만 대기업 배후설에 대한 업계 반응은 매우 회의적입니다. 대기업 회장님이 신발 브랜드 하나의 판권을 얻겠다고 폭행 사건까지 '설계'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형사 사건에 연루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총판 계약 하나를 손에 넣으려 할 대기업은 없다는 겁니다.

더구나 데커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컴플라이언스를 매우 중시합니다. 이런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 순간 해당 기업을 새 총판 후보군에서 영구히 배제할 가능성이 큽니다. 판권을 얻으려다 오히려 후보 자격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거죠.

무엇보다 수입 브랜드 판권은 한 번 쥐면 끝나는 자산이 아닙니다. 통상 3~5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본사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직진출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시한부' 계약입니다. 대기업 회장님이 형사 사건까지 동원해 가져갈 만큼 확정적인 이득이 보장된 계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이웍스 임직원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호카 갑질 폭행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 앞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 전 대표는 데커스와의 계약이 해지된 이후 "30여개 기업이 데커스 미국 본사까지 찾아갔다"며 이를 이 사건이 설계됐다는 근거로 거론했는데요. 이것도 사건과 별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총판이 흔들리는 브랜드에 여러 유통사가 동시에 관심을 보이는 건 낯선 일이 아닙니다. 호카를 원하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이 곧 누군가 사건을 기획했다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조 전 대표 스스로 폭행이라는 약점을 쥔 상황에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배후설을 꺼내 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개인의 폭행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으로 확장하면 동정 여론을 얻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은 국내 러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그만큼 뜨겁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일 겁니다. 러닝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이 담보된 시장이라는 방증입니다. 조 전 대표의 폭행 사건과 호카의 판권 사이에는 진짜 '배후'가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폭행 가해자의 음모론에 불과할까요.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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