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마라의 시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식재료를 꼽으라면 단연 '마라'다. 마라탕은 이제 이색적인 중국 음식이 아닌 일상식이 됐다. 초등학생들도 매일 마라탕을 먹는다. 라면, 떡볶이 등 우리가 늘 즐기는 음식들 역시 '마라맛'을 히트 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마라의 인기는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현대인은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마라는 그 정점에 가까운 맛이다. 마라(麻辣)의 '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캡사이신의 매운 맛이다. '마'는 산초에 들어 있는 얼얼하고 시원한 맛이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되면 그냥 매운 게 아닌 얼얼하면서도 차가우면서도 뜨거우면서 따끔한, 복합적인 매운 맛의 끝판왕을 구현한다.
수십년 간 우리와 함께 해 온 식품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마라맛'을 내놓고 있다. 빙그레는 마라맛 꽃게랑을 출시했고 맥도날드도 마라맛 버거를 내놨다. 최근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대표 메뉴인 투움바 파스타에 마라를 끼얹은 '마라 투움바'를 선보였다. 이제 원조를 밀어내고 최고 인기 메뉴가 된 '마라 떡볶이'는 말할 것도 없다.
마라 맛을 가장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편의점 컵라면이다. 마라탕의 얼큰함은 라면 국물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특히 당면을 사용하는 다이어트 누들류와 마라탕 국물의 궁합이 좋다. 실제 오뚜기와 농심 모두 당면을 사용한 컵누들과 누들핏에 마라 맛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수입해 온 마라맛 라면들이 편의점 컵라면 매대 한 켠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강렬한 마라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이런 제품들은 만족스런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 마라 향을 입힌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마라'를 찾는 사람들은 '본토'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국내에서도 중국의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가 선보인 하이디라오 마라 컵라면이 '본토 마라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가 홍콩에 방문했을 때 맛봤던 '무소 마라펀' 컵라면 역시 본토의 마라 맛을 그대로 구현한 컵라면이다. 국내에서는 쿠팡 등 일부 이커머스에서 '판매자배송' 형태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홍콩에서 날아온 '마라 컵라면'을 맛보고 K마라 라면들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진짜 마라 맛
무소(Muso)는 홍콩 세븐일레븐과 마트에서 판매 중인 컵라면 브랜드다. 삼국지의 캐릭터를 이용해 각각 관우(산라펀), 장비(마라펀), 조운(피클&피시)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홍콩 관광객을 중심으로 마라펀 맛의 '장비'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마라펀은 마라 베이스에 당면을 넣은 요리다. 오뚜기의 컵누들이나 농심의 누들핏 마라맛 역시 큰 틀에서 '마라펀'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강렬한 패키지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비'가 그려져 있다. 용기도 일반적인 컵라면보다 큼직해 눈에 잘 띈다. 실제 무소 컵라면의 용량은 125g으로 신라면 소컵(65g)의 2배에 가깝고 큰사발(114g)보다도 10g 이상 많다.
구성도 훌륭하다.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꺼내면 한국식 분말스프+건더기스프 구성에 익숙한 한국인은 놀랄 수밖에 없다. 스프만 무려 다섯 가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액상으로 된 마라 스프와 분말 스프, 다양한 토핑이 들어 있는 건더기 스프에 볶은 땅콩, 고추기름이 별도로 들어 있다.
건더기 스프 역시 건조 파 정도가 전부인 국내 컵라면들과 달리 유바, 양배추, 당근, 참깨, 구기자, 계란 등이 꽤 많이 들어 있어 푸짐한 느낌을 준다. 쉽게 부러지는 당면은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다는 점도 세심한 배려다. 2000원대 프리미엄 제품에도 체면치레에 급급한 국내 프리미엄 컵라면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물을 붓는 선이 없는 건 물론 물의 양조차 알려주지 않는 건 무신경함 그 자체다. 해외에서 맛본 컵라면 중 상당수가 물 붓는 선이 없었지만 물 양조차 알려주지 않는 라면은 드물다. 물의 양을 취향대로 부어 마라의 맛을 조절하라는 의도겠지만 제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양을 알기 어렵다. 기자의 경우 370~400㎖ 정도 부었을 때 가장 적절한 맛이라고 느꼈다.
맛은 본토의 마라펀 맛 그대로다. 국물을 마음껏 들이켤 수 있는 K마라탕을 생각했다면 강렬한 첫 입에 놀랄 수 있다. 얼큰하면서도 얼얼한 맛이 혀를 강타한다. 당면에 쏙 밴 국물의 맛 또한 강력하다. 풍부한 건더기도 맛을 더한다. 두부피와 땅콩, 참깨가 당면과 어우러져 씹히며 풍부한 식감을 준다. 비슷한 콘셉트의 '하이디라오 마라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