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뉴발 가고 호카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새 파트너 찾기가 일단락됐습니다. 이랜드가 호카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호카의 운영사인 데커스는 지난 20일 '대한민국 내 호카 브랜드의 새로운 총판으로 이랜드를 선정하게 되었음을 공식 발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대기업이 달라붙었다고 전해진 호카 쟁탈전에서 이랜드가 최종 승자가 된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시기나 한국 내 유통 확장 방안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 호카의 유통권이 다소 붕 뜬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이랜드가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데커스가 새 파트너로 이랜드를 선정한 건 놀랄 만한 소식은 아닙니다. 납득할 만한 실적도 있고, 서로의 니즈도 부합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랜드는 현재 뉴발란스의 유통을 맡고 있는데요. 뉴발란스는 국내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입니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는 2021년부터 나이키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죠. 뉴발란스의 글로벌 순위가 7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소비자들의 뉴발란스 사랑은 독보적입니다.
여기엔 이랜드의 역할이 컸습니다. 뉴발란스아 이랜드와 손잡은 건 2008년. 당시만 해도 뉴발란스는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였습니다. 국내 매출이 500억~600억원 안팎이었죠. 하지만 이랜드가 손을 댄 뒤 뉴발란스의 실적은 고공행진합니다. 2010년 1000억원, 2011년 3000억원, 2020년 50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24년엔 1조원 벽을 뚫었습니다.
이랜드가 '얻어걸린' 게 아닙니다. 이랜드는 미국에서 '아재 브랜드'로 인식됐던 뉴발란스를 1020을 겨냥해 마케팅했습니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키즈' 라인을 선보였죠. 의류에 강한 이랜드의 특징을 살려, 신발은 미국에서 가져오지만 의류는 90% 이상을 이랜드월드가 디자인부터 기획, 생산까지 도맡고 있습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 이전에도 푸마의 국내 유통권을 맡아 운영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해외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켜 본 경험도 많고, 자체적으로 라인을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으니 호카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필승 카드'입니다.
이랜드 입장에서도 호카는 꼭 필요한 브랜드입니다. 내년부터 뉴발란스가 직진출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물론 2030년까지 라이선스 계약도 연장하기는 했지만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러닝화 시장에서 가장 '핫'한 호카가 고객으로 들어오면 연착륙이 가능합니다.
휴화산 터질까
이랜드로서는 '초대형 계약'을 따낸 셈이지만, 분위기는 조용합니다. 축배를 드는 모습은 아닙니다. 호카와 관련된 이슈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호카의 기존 총판인 조이웍스는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 신청을 했고 ICDR은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유통사 선임 활동을 금지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랜드가 호카의 유통권을 획득했다고 알리면서도 "세부사항은 추후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물러선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ICDR의 본안 중재 결과가 나오거나 기존 호카와 조이웍스의 계약이 끝난 후에야 이랜드와의 계약이 발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 호카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불과 열흘 전에는 호카의 전 총판이었던 조이웍스의 조성환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 전 대표는 "누구나 다 아는 기업의 회장님"이 호카의 판권을 빼앗기 위해 자신의 폭행 사건을 '설계'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호카의 판권을 가져간 것도 '대기업'인 이랜드가 됐죠.
물론 여기엔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인 조이웍스와 계약을 맺었다가 대표의 폭행 사건이라는 이슈에 휘말린 호카로서는 다음 파트너로는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실제 폭행 사건과 총판 계약 해지 이후 호카의 새 파트너로 거론된 곳들은 대부분 대기업이었죠.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논란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는 점입니다. 기업이나 오너의 도덕적 이슈에 민감한 요즘 소비자들은 폭행이나 유통권 분쟁 등 부정적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오래 유지하지 않습니다.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흔들리던 나이키는 최근 들어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위스 브랜드 온은 호카의 가장 큰 경쟁자입니다. 앞서 거론된 뉴발란스 역시 '큰 손'입니다. 아디다스, 살로몬 등 다른 브랜드들도 러닝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랜드로서는 이런 논란들을 얼마나 빨리 해결하고 '이랜드판 호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법적 다툼이나 여론전이 길게 이어질 경우 판매권을 가져오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호카를 둘러싼 진실게임의 결말은 언제 공개될까요. 소비자라는 이름의 관객들은 인내심이 많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