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무더위에 편의점을 찾으면 즉석 음료 코너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냉동과일을 직접 갈아 먹는 스무디를 찾는 고객들 때문이다. 냉동고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의 컵 중 하나를 골라 기계에 넣으면 몇 초 만에 과일이 곱게 갈려 나온다. 가격은 3000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값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즉석 스무디의 원조는 일본 세븐일레븐으로 꼽힌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일본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한국인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뒤 지난 3월 국내에 선보였다. 출시 5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이 80만 잔을 넘어섰고 현재 100만 잔 돌파를 앞두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지영근 세븐일레븐 즉석식품팀 MD를 만나 스무디 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조의 품격
지금은 다른 편의점들도 스무디를 팔고 있지만 세븐일레븐이 내세우는 '원조'라는 자부심은 확고하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기계와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2017년 근무자가 직접 갈아주는 방식의 스무디를 처음 선보였다. 2020년대 들어 스무디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2023년에는 '세븐카페 스무디'로 정식 브랜드화했다. 지난해에는 스무디 운영점포 수가 전체 점포의 90% 이상인 2만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이 일본 세븐일레븐의 스무디를 방송인 추성훈 씨가 극찬하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한국 세븐일레븐이 들여온 기계가 그 영상 속 일본 매장에 있던 그 장비다. 지 MD는 "일본에서 동일한 기계를 들여와 자체 노하우를 녹여내 상품을 완성한 만큼 세븐일레븐이 원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세븐일레븐이 일본의 스무디를 그대로 옮겨 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약 1년간의 현지화 테스트를 거쳐 국내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스무디의 디테일을 손봤다. 한국과 일본 소비자의 입맛이 다르다보니 100% 동일한 스무디로는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스무디의 당도를 일본보다 더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 MD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덜 단맛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 소비자는 좀 더 풍성하고 자극적인 단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도가 높은 원물을 선택해 스무디의 당도를 일본 대비 2브릭스가량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스무디의 온도 역시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췄다. 당초 세븐일레븐은 일본과 동일하게 스무디의 심부온도(음료 중심부의 온도)를 영하 1도 안팎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 소비자들보다 훨씬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다 보니 '미지근하다'는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더 차가운 냉동과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원료 상태를 조절해 스무디의 심부온도를 영하 5도까지 낮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시원함을 완성했다.
100번의 시행착오
지 MD가 스무디를 개발한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실패작은 프로틴을 더한 스무디였다. 지 MD는 "건강을 챙기려는 수요를 겨냥해 바나나와 초코맛 스무디에 단백질을 더해봤다"며 "하지만 프로틴 특유의 콩 비린내가 올라와 청국장 같은 맛이 나서 폐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름 과일의 대명사인 참외도 개발 과정에서 만난 어려움 중 하나였다. 참외는 스무디로 만들었을 때 당도가 떨어지는 데다 씨 때문에 입안에 거슬리는 이물감이 심해 결국 상품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븐일레븐은 식혜와 팥빙수도 검토했지만 스무디 형태로는 특유의 맛을 구현하기 어려워 개발 단계에서 접었다.
모든 도전이 실패로만 끝난 것은 아니다. 원료 형태를 바꾸거나 배합을 조절해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수박의 경우 원물만 갈아서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진한 맛이 나지 않아, 수박 농축액을 함께 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잎채소 특유의 질긴 섬유질 탓에 찌꺼기가 남는 케일, 너무 단단해 일반 블레이드로는 잘 갈리지 않는 당근 등도 일부를 농축액 형태로 대체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스무디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한 컵의 스무디를 완성할 때도 블레이드의 회전 속도가 다르도록 조절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 MD는 "예를 들어 딸기와 바나나는 강도가 달라서 같은 속도로 갈면 한쪽은 뭉개지고 한쪽은 덜 갈린다"며 "두 부분의 가는 속도를 다르게 해 어느 부분의 스무디를 마셔도 같은 질감이 나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지 MD는 "빨대 굵기의 경우 일반 음료용 0.7㎜와 버블티용 1.1㎜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고객이 가장 편하게 스무디를 마실 수 있는 0.9㎜로 결정했다"며 "매대에 과일 컵을 진열할 때도 시각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빨강, 노랑, 보라, 초록 등 색상이 고르게 섞이도록 진열한다"고 말했다.
연중 인기 상품으로
이런 노력 끝에 출시된 즉석 스무디는 딸기&바나나, 망고, 베리요거트, 수박, 케일&파인 등 5종이다. 과일과 채소를 손질 없이 그 자리에서 갈아 먹을 수 있어 편리한 데다 한 잔당 열량도 70~90㎉대로 낮아 가볍게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븐일레븐의 스무디는 모두 100㎉ 미만이라 경쟁사보다 열량도 낮은 편이다. 지 MD는 "2030 여성 고객이 많이 찾고 매출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가장 몰린다"고 말했다.
지 MD는 세븐일레븐의 스무디가 다른 편의점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부 편의점의 스무디는 갈린 과일 알갱이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과일 특유의 단맛이 부족해 밍밍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며 "우리는 과일 알갱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갈리도록 했고 인위적이지 않은 과일 본연의 단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스무디가 즉석 조리식품인 만큼 위생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 스무디 기계는 매일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스무디 기계는 한 잔을 제조할 때마다 자동으로 온수 세척이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다. 소모품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세븐일레븐은 연 1회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칼날과 패킹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지 MD는 "점주들에게 기계의 청소 방법을 직접 안내하고 영업사원을 통해 매뉴얼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지 MD는 "스무디의 판매량이 많고 연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경영주들의 추가 설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100여 점에서 스무디 기계 운영을 시작해 현재 360여 점까지 확대했다. 다음달 중에는 600여 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체 점포의 약 30%에 해당하는 3000점까지 스무디 취급 점포를 늘린다는 목표다.
세븐일레븐은 스무디를 여름 한정이 아닌 사계절 카테고리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을·겨울철 달콤하고 진한 맛을 찾는 수요를 겨냥해 말차 스무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사시사철 건강을 챙기려는 고객들을 위한 ABC 스무디도 올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 MD는 "스무디 출시 1주년을 맞는 내년 3월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편의점 즉석 음료의 새로운 길을 계속 개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