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붉은 벽돌집이 들어섰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직화 패티를 굽는 거대한 브로일러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벽과 천장에는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꼬불꼬불한 붉은 조명이 가득하다. 버거킹이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Flameground)'의 모습이다.
버거를 향한 진심
버거킹 운영사 BKR은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1호 플래그십 매장 '플레임그라운드'를 공개했다. 버거킹 브랜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매장 안쪽은 국내 신진 작가 5인(김도현·안도현·양정욱·전형산·정우원)의 손을 거쳐 마치 전시장처럼 꾸며졌다. 로봇공학을 접목한 키네틱 디스플레이부터 패티를 굽는 브로일러의 소리와 빛을 담은 미디어아트, 불꽃의 열기를 시각화한 설치 미술까지. 작가들은 버거킹의 정체성인 '직화'를 저마다의 감각으로 풀어내 공간 전체에 입체적인 스토리를 입혔다.
와퍼와 패티, 불꽃 이미지를 위트 있게 풀어낸 전용 굿즈도 눈길을 끈다. 콜드컵, 쿨링 파우치, 키링 등 이곳 플레임그라운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판 아이템들로 구성됐다.
메인홀은 일반 버거킹 매장과 동일하게 운영되며 기존 메뉴를 모두 제공한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한정 메뉴도 마련됐다. 전문 셰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시그니처 버거' 3종이다. 이 메뉴들은 한국적인 식재료에 버거킹 고유의 직화 제조 방식과 셰프메이드(Chef-made) 방식을 접목해 완성됐다.
두툼한 직화 패티에 매콤달콤한 소갈비찜을 추가한 'K큐브 갈비 버거', 미국 남부 정통 바비큐의 스모키한 풍미를 살린 '멤피스 BBQ 버거', 부드러운 소고기에 진한 치즈 풍미를 더한 '필리치즈스테이크'다. 이 시그니처 메뉴들은 일반 메뉴에 비해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하루 60~70개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성수동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인 '서울브루어리'와 협업한 캔맥주 3종도 함께 선보인다. 협업 제품은 경복궁 쌀을 활용해 만든 '서울 라이스 라거', 캐러멜과 비스킷 풍미를 바탕으로 허브, 솔, 베리 아로마가 조화를 이루는 '골드러쉬 캘리포니아 커먼', 은은한 아로마와 IPA의 향이 어우러진 '샐린저 호밀 IPA' 등이다.
최영진 제품혁신센터장은 "아침부터 셰프들이 직접 3~4시간 동안 갈비찜을 만들고 고기를 볶아 선보이는 정통 셰프 메이드 햄버거"라며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고 푸른 양상추까지 더해 시각적인 완성도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개념 버거 다이닝
메인홀을 지나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바로 버거킹 최초의 다이닝룸인 '더 개스트로'다. 이곳에서는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를 코스 요리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더 개스트로를 이끄는 6명의 셰프진 역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이승민 헤드셰프는 미국 CIA 요리학교 출신으로, 뉴욕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등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자다.
가격은 1인 8만9000원이다. 1세션당 단 10명의 고객만 바(Bar) 좌석에 앉아 셰프가 즉석에서 제공하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하루 3타임만 한정 운영된다. 주류 페어링(5만9000원)과 논알코올 페어링(3만4000원) 옵션도 제공된다. 공식 오픈 전임에도 입소문을 타며 이미 다음 달 중순까지 사전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오픈과 함께 선보이는 첫 시즌의 주제는 '와퍼의 재해석'이다. 익숙한 와퍼의 재료들을 한우, 한돈 같은 국내 식재료와 결합해 이색적인 한 식탁으로 차려낸다.
식사는 와퍼의 필수 재료인 토마토 요리로 시작해, 밀전병에 직화구이 항정살을 싸 먹는 메뉴로 이어진다. 메인 요리의 이름은 와퍼의 아래 번(Bread)인 '힐(Heel)'과 위 번인 '크라운(Crown)'에서 따온 '프롬 힐 투 크라운(From Heel to Crown)'이다.
첫 번째 메인 요리는 빵에 해당하는 '힐'에 한우 차돌박이를 감싼 패티를 올리고 크라운은 폼(Foam) 형태로 구현해 얹어낸다. 두 번째 메인 요리는 메인 식사 후 볶음밥을 즐기는 한국의 미식 문화에서 착안했다. 힐은 밥으로 구성하고 그 위에 직화 삼색나물을 올렸으며, 크라운은 튀일(Tuile)로 만들어 톡톡 부셔서 함께 비벼 먹도록 했다. 겉모습은 햄버거 형태를 띠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요리로 재창조한 셈이다.
코스 외에도 감자튀김과 너겟 같은 사이드 메뉴가 접목되며, 수제 콜라도 함께 제공된다. 식사의 마무리는 생양파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와 조리에 사용한 숯의 잔불에 마시멜로와 제철 과일을 직접 구워 먹는 직화 디저트로 구성해 브랜드의 여운을 전한다.
이승민 더 개스트로 헤드셰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재료들이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지는 점이 재미있을 것"이라며 "대중이 몰랐던 버거킹의 이야기를 코스 요리로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길 바란다. 앞으로도 기존 메뉴를 오마주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출 1조, 매장 600개
버거킹이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플래그십 매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QSR(외식패스트푸드)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이 있다. 본사의 글로벌 표준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시장에 맞춘 독자적인 매장 포맷을 직접 실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실제로 코스 다이닝을 함께 운영하는 건 전 세계 버거킹 매장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은 국내 매장이 500개를 넘어선 시점부터 시작됐다.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직화'를 공간과 메뉴, 브랜드 경험 전체로 확장할 전초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입지로 선택한 성수동 역시 심사숙고의 결과다. 과거 공업단지로서 철과 불을 다루던 성수의 역사성이 '직화'라는 콘셉트와 맞닿아 있는 데다, 감각적인 2030세대가 오래 머물며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내달 10일 정식 오픈을 앞둔 버거킹은 이번 '플레임그라운드'를 기점으로 세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동형 BKR 대표는 이번 매장 공개와 함께 '매출 1조원 돌파'와 '전국 매장 600개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본사 기준을 넘어 디지털을 결합한 '로열 픽셀' 콘셉트 매장을 선제 도입했을 만큼 시장 성숙도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단계를 넘어, 매장 포맷 자체를 스스로 진화시키는 단계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 다양한 신메뉴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