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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라거여야 할까…롯데칠성의 '맥주 고민'

  • 2026.08.26(수) 17:00

롯데칠성 2분기 맥주 부문 매출 30% 감소
크러시를 클라우드 브랜드 산하로 포함
청주·와인 등에 매출 따라잡혀…생맥주도 철수

그래픽=비즈워치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부문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3년 크러시 출시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했던 매출이 다시 가라앉는 추세다. 전반적인 주류 소비 침체를 탓하기엔 다른 주류 부문들은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맥주의 근원적인 경쟁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성수기 없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 매출은 572억원이었다. 3년 전인 2022년 1015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주류업계가 '무알코올' 트렌드에 휘말리며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으로 풀이됐다. 바닥을 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등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롯데칠성은 지난 4월 맥주 브랜드 '크러시'를 '클라우드 크러시'로 리뉴얼했다. 가열살균을 하지 않은 비열처리 생맥주로 콘셉트를 바꿨다. 알코올 도수는 4도로 내리고 칼로리도 낮춰 '라이트 맥주' 콘셉트도 반영했다. 국내 최초로 귀리 맥아를 넣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 맥주 분기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리뉴얼 후 첫 실적이 나왔다. 지난해 매출은 바닥이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 매출은 208억원에 그쳤다. 1분기 101억원, 2분기 107억원으로 간신히 1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4분기(108억원)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100억원 남짓한 매출을 기록했다. 

맥주 성수기에 진입하는 구간인 2분기에도 매출이 비수기인 1분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엔 1분기 141억원, 2분기 163억원으로 15% 넘게 늘었던 구간이다. 하이트진로 역시 올해 2분기 맥주 매출이 1분기보다 10% 이상 늘었다. 

왜 나만

올해 롯데칠성 주류부문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3893억원을 기록했다. 큰 폭의 성장은 아니지만 주류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다. 

세부 주종별로는 '순하리 레몬진'을 앞세운 기타 부문이 19.3%, 93억원 늘어나며 신성장동력의 가능성을 비쳤다. '새로 효과'가 다해가는 듯했던 소주 부문도 신제품 새로 오미자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3%대 성장했다. 청주와 와인도 2%대 개선되며 제 몫을 했다.

롯데칠성음료 상반기 주종별 매출 변화/그래픽=비즈워치

매출이 32% 줄어든 맥주 외에 매출이 감소한 주종은 11.8%, 11억원이 감소한 스피리츠 뿐이다. 그나마 스피리츠는 연매출이 200억원도 되지 않는 롯데칠성 주류부문 내 소수 주종이다. 실제로 맥주 부문을 제외한 롯데칠성 주류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4.9%로 나쁘지 않다. 

이를 클라우드와 크러시의 부진으로만 몰아가기는 어렵단 얘기도 나온다. 국내 맥주 시장 자체가 침체하는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출하량은 전년 대비 7.2% 줄었다. 같은 기간 소주 출하량은 2.8% 감소했다.

눈을 돌리면

업계에선 맥주와 소주 등 '취하기 위한 술'의 소비가 줄고 전통주나 칵테일, 과실주 등 '즐기는 술'의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맥주라는 주종 내에서도 적용된다. 특색 없는 라이트 라거 계열 맥주의 소비가 줄고 차별화된 풍미를 강조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칠성 역시 그간 '대중적인 맥주'로 여겨졌던 라이트 라거 계열이 아닌 틈새 시장을 노린 맥주를 내놔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은 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안팎이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로만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낸다. 

롯데칠성음료 맥주 부문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와 시장 주도권 다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과 맞붙는 전략을 취하기보다는 카스와 테라가 잡지 못하는 소비층을 노린 '마니아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라우드가 '물을 넣지 않았다'는 콘셉트를 내세워 카스, 하이트와 다른 '진한 맥주'라는 점을 강조해 성공을 거둔 것이 좋은 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이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맥주 시장에서는 상위 2개 브랜드와 경쟁이 어려운 점유율"이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으로 라거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개성있는 제품으로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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