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올리브영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대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 구축에 나섰다. 올리브영이 국내 뷰티 편집숍 시장을 장악하자 백화점들도 자신들만의 무기를 들고 세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대다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철수하는 동안 백화점들은 특화된 카테고리와 체험형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영토 확장에 나섰다. 대중성으로 무장한 올리브영과의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만큼 백화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큐레이션과 전문성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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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오는 18일 판교점에 국내 최초의 더마 뷰티 전문숍 '코오드(Khōde)' 1호점을 선보인다. 약국·병의원 전용 및 단독 수입 브랜드 비중을 30%까지 늘려 고소득 3040 세대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클린뷰티 편집숍 '비클린'이 성분과 가치에 집중했다면 코오드는 피부 고민과 기능에 특화해 고객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지듀', '마데카파마시아' 등 제약사 기반 브랜드부터 피부과 전문의가 개발한 '포레덤', '주닥' 등 총 250여 개 기능성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제약사 등과 협업한 코오드 전용 NPB(공동개발 단독 상품) 스킨케어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초 더현대 서울에 2호점을 내며 유통망을 지속해서 넓혀갈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CHICOR)'는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출범 초기 세포라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오히려 글로벌 뷰티 공룡인 세포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글로벌 K뷰티 성지'로 안착했다.
시코르의 무기는 럭셔리부터 K뷰티 인디 브랜드, 뷰티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풀 라인업'과 강력한 '체험 콘텐츠'다. 특히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1대1 서비스와 '립앤치크바'는 K뷰티를 직접 경험하려는 방한 외국인 사이에서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체험형 콘텐츠에 힘입어 지난 4월 시코르 명동점과 홍대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시코르는 성수·안국 등 외국인 밀집 상권을 중심으로 신규 출점을 검토하는 동시에 국내 K뷰티 브랜드를 해외 유통사와 연결하는 '수출 플랫폼' 역할도 구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자산 삼아 디지털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과거 오프라인 뷰티 편집숍인 '라 코스메띠끄(라코)'와 '온앤더뷰티'를 운영하다 정리한 바 있다. 현재 온앤더뷰티는 롯데온의 버티컬관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이후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청량리점에 K뷰티 인큐베이팅 플랫폼 '더캐스트'를 열었다. 전용 라이브커머스 앱과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체험을 연계해 유망 K뷰티 브랜드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5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센타코어·큐템 등 단독 브랜드 구성비가 약 85%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더캐스트를 통해 기성 브랜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망 K뷰티 브랜드를 발굴해 판로를 확대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H&B 무덤서 살아남은 이유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은 올리브영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과거 롭스(LOHBs), 랄라블라(구 왓슨스), 세포라 등이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한 것은 올리브영의 압도적인 매장 수와 물류망,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강점을 앞세우고 있다. 올리브영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매장 수와 상품 구색을 늘려 규모로 맞붙기보다 백화점이 확보한 상품 소싱력과 브랜드 네트워크,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다른 수요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이 '더마'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더마 뷰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5.7%로 전체 뷰티 시장 성장률인 2.1%를 크게 웃돈다. 성장성이 높은 데다, 약국·병의원 전용 브랜드와 제약사 기반 브랜드 등 일반적인 H&B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상품을 함께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현대백화점은 더마라는 명확한 카테고리를 정하고 관련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큐레이션해 올리브영의 광범위한 상품 구색과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뷰티 편집숍은 백화점을 찾는 구매력 높은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올리브영과 차별화된다. 현대와 롯데는 물론 신세계 시코르 역시 명동·홍대·강남 등 일부 로드숍을 제외하면 대부분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내에 둥지를 틀었다. 쇼핑을 즐기던 기존 고객을 자연스럽게 뷰티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동선을 설계한 셈이다. 이렇게 유입된 고객은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터치업 서비스, 뷰티 디바이스 체험, 피부 진단 서비스 등을 통해 매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만든다.
뷰티 편집숍은 2030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앵커 테넌트' 역할도 한다. 특히 젊은 고객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에서는 뷰티 편집숍 자체가 백화점에 방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유입된 고객이 패션·리빙·식음료(F&B) 등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면서 백화점 전반의 고객 유입과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전국 단위 매장과 빠른 배송을 앞세워 '일상적 가성비 쇼핑'을 지배했다면, 백화점 뷰티 편집숍은 체험과 고기능성 카테고리로 '목적형 프리미엄 쇼핑'을 노리는 전략"이라며 "올리브영이 채워주지 못하는 전문성과 브랜드 감도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에 백화점 뷰티 편집숍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