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에이피알은 정말 '발암 크림'을 팔았을까

  • 2026.09.05(토) 13:00

[주간유통]에이피알 PDRN크림 논란
싱가포르서 발암물질 '수단Ⅳ호' 검출
공식 유통업체 아냐…'가품' 가능성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날벼락

올리브영이 미국 LA 한복판에 매장을 내고 그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가며 '오픈런'을 하는, 브라질 대통령이 "내가 잘 생긴 이유는 K뷰티 덕분"을 외치는 시대입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화장품이 없는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 문화의 힘'을 믿었던 백범 김구 선생님도 이건 예측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그 중심에 에이피알의 '메디큐브'가 있었습니다. 신생 뷰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지 불과 10여 년에 불과한 이 회사가 지금은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K뷰티 열풍의 주인공입니다. 메디큐브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더 후'와 이름을 나란히 했습니다. 올해엔 매출 3조원 달성이 유력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수단Ⅳ호가 검출돼 논란이 된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사진=에이피알

하지만 이런 에이피알에 최근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그냥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너무 큰 이슈입니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조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3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이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에서 발암성 의심 물질로 분류되는 '수단 Ⅳ호' 색소를 검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수단Ⅳ호는 붉은색을 내는 합성 착색제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0년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투앤업의 '쌍빠 어딕트 프렌치립오일 04 히비스커스', 태남생활건강의 '밀크바오밥 베이비앤키즈 컬러 립밤 레드' 등 2개 립 제품에서 같은 색소를 검출해 회수·폐기를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런 물질이 메디큐브의 제품에서 검출됐다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상한데

하지만 이 사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HSA는 '에이피알 싱가포르', '비너스 뷰티', '리로라 인터내셔널' 등 3개 업체에 제품 판매 중단을 지시하고 샘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중 비너스 뷰티의 샘플 2개에서 수단Ⅳ호가 검출됐습니다. HSA도 에이피알 싱가포르와 리로사 인터내셔널의 제품은 판매 재개를 허가했죠.

뭐가 이상하냐구요. 문제가 된 비너스 뷰티는 에이피알의 공식 유통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이피알 측은 "비너스 뷰티는 에이피알의 해당 제품 공식 공급 및 유통 경로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해당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수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HSA가 수단레드 미량 검출 사실을 밝힌 배치번호 2E122I.2E117I 및 2E191G.2E193G 역시 에이피알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 HSA와 대만 시험기관, 국내 기관 등에서 에이피알의 정식 제품을 다시 조사한 결과 해당 염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에이피알이 공개한 가품 사례. 콜라겐을 '골라겐'이라고 표기했다./사진=에이피알

사실 이 모든 게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정품이 아닌 '가품'이 유통되다가 적발됐다는 겁니다. 에이피알 역시 직접적으로 '가품'을 언급하는 건 꺼리고 있지만 가품 유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입장문에서 "해당 제품의 정품여부 및 싱가포르 현지 판매업체를 통해 유통된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비너스 뷰티 뿐만 아니라 함께 조사 대상이 됐던 리로라 인터내셔널조차 에이피알의 공식 유통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공식 유통사가 아니라는 게 곧 '가품'을 판매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른 해외 유통사에서 물량을 받아 판매하거나 '보따리상' 방식으로 판매하는 업체일 수도 있습니다.

가품과의 전쟁

K뷰티 브랜드들이 가품 이슈에 고생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화장품도 가품이 있나 싶은 분도 있겠지만 뷰티업계에서 가품 이슈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관세청은 지난해에만 11만7000여 점의 K브랜드 가품을 적발했는데요. 이 중 화장품이 4만1903점으로 35.8%를 차지했습니다. 걸린 게 이정도니 걸리지 않은, 혹은 아예 해외에서만 유통되는 가품의 물량이 어느정도일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K뷰티의 최전선에 있는 에이피알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5월에도 가품 유통과 관련해 공식몰에 '소비자 피해 예방 안내' 공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위조제품 판매자들은 오픈마켓에 스토어를 개설하고 메디큐브의 공식 자사몰 혹은 판매처 내 상세 페이지의 사진을 복사해 정품을 판매하는 스토어인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이후 소비자가 구매를 실행하면 위조제품을 배송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에이피알이 공개한 가품 사례. 제품 용량에 표기된 ㎖를 mi로 오표기했다./사진=에이피알

하지만 막상 실물을 받아보면 제형이 다르거나 제품명 및 설명 문안 내 오타와 맞춤법 오류가 발생하는 등 어설픈 점이 많습니다. '콜라겐 나이트 랩핑 마스크'의 경우 '콜라겐'이 아닌 '골라겐'이라고 적혀 있거나 ㎖를 mi라고 쓰기도 했죠. 한 제품의 화장품판매책임업자 정보에는 '올림픽로 300'인 롯데월드타워의 주소가 '올림픽로 3300'으로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점들이 한국인이라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외국인이라면 식별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형 역시 해당 제품에 익숙하거나 올리브영 등을 통해 비교가 가능한 한국인이라면 이상한 점을 바로 눈치챌 수 있지만 첫 K뷰티 경험이라면 그냥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 정도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슈만 해도 그렇습니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에이피알과 메디큐브가 '독박'을 쓰는 상황입니다. 

가품 이슈는 유명해진 브랜드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문제입니다. 갑작스레 커진 K뷰티의 성장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K뷰티의 가품 이슈가 널리 알려지고, 소비자들도, 제조사도, 정부도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 최선의 엔딩이겠죠.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