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화를 입은 미키마우스부터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토이 스토리 캐릭터까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디즈니 캐릭터들이 한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식음료(F&B), 생활용품, 러닝 페스티벌까지 소비재 전반으로 협업 영토를 넓히면서다. 디즈니코리아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디즈니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양화해 다음 세대까지 팬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디즈니의 고민
디즈니는 글로벌 IP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녔다. 100년 넘게 쌓아온 스토리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디즈니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미키마우스부터 '토이 스토리', '겨울왕국', '마블', '스타워즈'까지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특히 스토리 하나를 영화와 스트리밍으로 소비한 뒤 음악, 게임, 테마파크, 크루즈 등으로 경험으로 확장하는 '360도 사업 구조'는 디즈니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글로벌 라이선싱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글로벌 라이선스 전문 매체 라이선스글로벌에 따르면 디즈니의 지난해 라이선스 소비재 소매 판매액은 약 630억달러(약 87조원)로 추산되며 1998년 조사 시작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디즈니에게도 고민이 있다. 바로 세대별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산리오캐릭터즈와 포켓몬스터 등 일본계 IP가 젊은 세대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유통가 굿즈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가방에 캐릭터 굿즈를 다는 '키링' 문화나 키덜트 트렌드와 결합해 젊은 층의 일상 소비 동선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디즈니코리아가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키마우스나 디즈니 프린세스 같은 클래식 IP가 자칫 젊은 층에는 '부모 세대의 추억'이나 '어린이 전용 캐릭터'로 머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디즈니코리아 관계자는 "100년 헤리티지가 있는 IP라는 말이 어떤 세대에게는 너무 오래된 캐릭터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며 "디즈니, 미키와 함께 커온 세대들이 이제 엄마 아빠가 됐다. 이제는 그 아래 세대까지도 디즈니를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이소에 러닝까지
디즈니코리아는 16일 서울 강남구 요새 도산에서 '디즈니코리아 프랜차이즈 쇼케이스 2027'을 열고 소비재사업부의 미래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소비자가 디즈니를 만나는 접점을 늘리기다. 그동안은 디즈니의 기존 소비재 사업은 파트너사가 디즈니 IP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B2B 라이선싱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상품뿐 아니라 팝업, 러닝, 공연, 미식 등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즈니코리아는 최근 B2C 리테일팀을 신설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관리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협업 사례도 일상 소비 영역에 집중돼 있다. 다이소와 생활용품을 선보이고 컴포즈커피, 티머니 등과 협업해 굿즈를 선보였다. 패션과 뷰티 영역에서도 디즈니 IP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현대백화점 전점에서 '토이 스토리5' 릴레이 팝업을 진행했고, 올리브영 성수점에서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관련 팝업을 열기도 했다.
디즈니코리아는 앞으로 단순 상품 출시를 넘어 경험형 프로젝트로 영역을 넓혀 나간다. 오는 10월 열리는 '디즈니런'과 '마블런'에는 K팝 공연, 미식, 팝업스토어를 결합하고 그룹 아일릿(ILLIT)의 스페셜 무대도 연다. 러닝이라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현장에 디즈니 IP를 직접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즈니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
이처럼 디즈니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K컬처가 가진 글로벌 파급력 때문이다. K팝을 비롯해 K뷰티·패션·푸드 등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브랜드가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서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한국의 콘텐츠와 소비문화를 자사의 글로벌 IP와 결합할 경우 국내에서 끝나는 협업을 해외로 확장할 수 있다. 한국을 단순히 디즈니 IP를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협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글로벌 본사 역시 한국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다루고 있다. 데이나 월트디즈니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최근 프랑스 뤼미에르 서밋에서 "한국은 글로벌 스토리텔링을 이끄는 가장 역동적인 동력"이라며 한국 창작 생태계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이를 반영해 디즈니코리아는 K팝, K헤리티지, K팬덤 믹스를 3대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K팝 분야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K컬처 펀드(가칭)' 조성을 추진하고, SM엔터테인먼트와는 마블 스토리와 아티스트 세계관을 융합한다. 하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과도 순차적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K헤리티지 분야에서는 한국 문화유산과 디즈니 IP를 결합해 관광과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협업 모델을 찾을 예정이다. K팬덤 믹스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팬덤과 디즈니의 글로벌 팬덤을 연결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캐치티니핑, 카카오프렌즈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디즈니코리아는 180여 개국에 구축된 디즈니의 글로벌 라이선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유통, 글로벌 사업 확장까지 국내 파트너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상생 모델도 강화할 생각이다.
김현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비재사업부 총괄은 "K브랜드들의 성장성은 디즈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크로스보더' 전략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한국의 우수한 창의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디즈니의 IP와 스토리텔링,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해 새로운 협업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