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외곽 매장 중심으로 국내 사업을 펼쳐온 이케아코리아가 출점 전략을 바꾸고 있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해 매장을 짓는 '블루박스' 대신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 소규모 매장을 내는 방식이다. 온라인 주문과 배송 서비스를 연계해 작은 매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대형점보다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주요 상권에 빠르게 진입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고객 접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대구로 쏙
이케아코리아는 17일 대구·경북 지역 첫 오프라인 매장인 '이케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공식 오픈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광주점, 지난 7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 이은 국내 세 번째 도심형 매장이다.
영업장 면적은 약 1000㎡(약 300평)로 현재까지 문을 연 국내 도심형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기존 이케아 대형 매장이 2만5000~5만㎡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를 대폭 줄인 셈이다.
오픈 첫날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일 오전임에도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스웨디시 푸드마켓'과 먹거리 코너에 장바구니를 든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 실제로 올해 8월 기준 이케아의 푸드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집객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류아람(37) 씨는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몇 년 전에 들었는데 무산돼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평소 광명점도 가고 동부산점도 자주 갈 정도로 이케아를 좋아하는 편인데 가까운 곳에 이케아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다혜(36) 씨도 "밖에서 볼 때는 매장이 작은 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넓고 웬만한 제품은 다 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은 푸드 위주로 구매했는데 부산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아쉽긴 하지만 접근성이 좋아서 작은 소품이나 푸드 제품을 구매하러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케아 입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케아가 들어선 자리는 기존 신세계 문화센터가 있던 공간이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고객이 백화점을 찾는 목적이 구매에서 '체험과 휴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케아라는 대형 집객 콘텐츠가 백화점의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맞춤형 쇼룸
도심형 매장의 가장 큰 과제는 제한된 공간이다. 기존 대형 매장처럼 다양한 제품과 쇼룸을 한꺼번에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점은 기존 도심형 매장의 단점인 '체험 공간 부족'을 대폭 보완했다. 광주나 송도 매장의 쇼룸이 3개 안팎이었던 것과 달리, 대구점은 6개의 쇼룸을 구축했다.
특히 대구점 론칭 전 인근 지역 50가구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지역 주민들의 최대 고민이 '정리'와 '수납'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매장에 수납형 주방 쇼룸만 3개를 선보였다.
매장에는 약 900개의 제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40여 개는 공간 활용도가 높은 소형 가구다. 대형 매장처럼 모든 제품을 직접 보고 가져갈 수는 없지만, 쇼룸에서 제품을 경험한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셀프 플래닝 서비스를 위한 모니터도 4대를 설치했다. 고객이 직접 공간을 설계하거나 전문가의 컨설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경미 이케아 동부산점 세일즈 매니저는 "이 매장은 기존 팝업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처음 팝업을 운영했을 때 액세서리 위주로 구성하다 보니 고객들이 소형 가구에 대한 니즈도 많이 보여줬다. 이번에는 소형 가구 종류를 늘렸고 매장 규모가 커진 만큼 쇼룸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대구서 확인한 '가까운 이케아'
대구점은 이케아코리아의 출점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매장 중 하나다. 이케아코리아는 2022년 7월 대구시와 '이케아 대구점 건립 투자협약'을 맺었다. 당시 약 1800억원을 투자해 대구 동구 안심뉴타운 일대 4만1134㎡ 부지에 대형 매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이케아코리아는 대구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지역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10개월간 더현대 대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이 기간 약 20만명이 방문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성공적인 팝업 운영을 계기로 대구에서 도심형 매장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부터 대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구 시민들의 이케아에 대한 관심도 많아 대구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줄었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은 늘었다. 매장에 방문하더라도 매장 안까지 들어오기보다 픽업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형 매장인 '블루박스'와 도심형 매장의 차이에 대해서는 비용과 속도를 꼽았다. 푸치 대표는 "블루박스는 하나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도심형 매장이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일상적인 소비 동선 안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도심형 매장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케아코리아는 오는 2027년까지 인천·대전 등 주요 거점 도시로 도심형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내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 도심형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매장 줄이고 온라인 키운다
이케아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옴니채널'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이케아코리아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약 30%, 오프라인은 약 70%다. 아직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지만 지난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푸치 대표는 "온라인에도 많은 힘을 주고 있다"며 "집 사진을 찍어 가구 배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툴이나 제품을 스캔해 마지막에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는 기능, 쇼핑 어시스턴트를 통해 인테리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능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형 매장의 역할도 기존 대형점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심형 매장은 리프레시를 자주 해서 항상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케아는 3개월마다 나오는 신제품이 1000개가 넘는다. 시즌을 반영한 제품을 보여주고 온·오프라인 연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케아코리아가 사업 방식을 바꾸게 된 데에는 국내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 정체도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 6872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2024년부터 매출 반등을 이뤘지만 지난해 수익성은 더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사가 줄면서 가구와 홈퍼니싱 수요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케아코리아는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우기보다 도심형 매장과 온라인을 함께 활용해 소비자가 이케아를 만나는 경로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푸치 대표는 "한국 시장은 트렌디한 시장이고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앞으로도 대형 매장부터 도심형 매장, 온라인까지 다양한 접점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케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