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아 옛날이여
지금은 냉동만두라고 하면 누구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냉동만두의 대명사는 해태제과의 '고향만두'였다. 1987년 출시 후 30년 넘게 냉동만두 시장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새 브랜드를 낼 때도 기준점은 고향만두였다.
하지만 2013년 비비고 왕교자가 출시되며 수십년 간 굳어 있던 냉동만두 시장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손만두의 열화판으로 여겨졌던 냉동만두를 손만두 못지 않은 품질로 만들어 내며 '프리미엄 냉동만두'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비비고 왕교자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비비고 왕교자 역시 수많은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도전자 자리는 '고향만두'의 몫이 아니었다. 다른 브랜드들이 비비고 왕교자를 따라 비슷한 콘셉트의 속이 꽉 찬 제품들을 내놓을 때 풀무원은 피에 주목했다. 만두소가 비칠 정도로 얇은 피의 '얇은피 꽉찬속 만두(얄피만두)'는 비비고 왕교자를 위협하는 2위 브랜드가 됐다.
해태제과와 고향만두 역시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기만 한 건 아니다. 얄피만두보다 더 얇은 피의 '고향만두 얇은피 왕교자'도 내놨고 군만두나 비건 만두, 잡채만두 등 새로운 시도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넘어간 주도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뭐라도 한다
해태제과가 그 다음으로 시도한 건 잡채호떡 콘셉트의 군만두나 콘치즈를 넣은 군만두, 매운 맛 트렌드를 따른 불낙교자, 붕어빵 만두, 녹차만두, 고추지짐만두 등 경쟁사에서 내놓지 않는 특이한 만두들이었다. 일부 마니아층은 즐거워했지만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비비고의 승리를 선언하기엔 고향만두라는 브랜드는 아직 가치가 다하지 않았다. 고향만두는 가격이 저렴한 냉동만두라는 이미지, 라면 등과 즐기기 좋은 '분식 만두'라는 이미지가 있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환된 가정 시장에서는 단점이지만 편의점에서는 장점으로 뒤바뀌는 이미지다.
개성 넘치는 시도를 가장 잘 받아주는 채널 역시 편의점이다. 편의점의 주 고객층인 1020이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가 최근 출시한 '와샤오롱' 역시 이런 특징을 강조한 제품이다.
와샤오롱은 편의점용 트레이 냉동만두 브랜드인 '고향만두 샤오롱'에서 4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이다. 지난 2006년 론칭 후 2022년 '치즈갈비맛 샤오롱'을 내놨고 이번에 3번째 제품을 출시했다. 이름처럼 만두에 와사비가 들어간 게 특징이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와사비를 넣은 냉동만두는 와샤오롱이 국내 최초다.
삼겹살이나 갈비 등 고기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조합이 정착하면서 고기 만두에도 와사비가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와사비는 향이 강하고 휘발성이 있어 만두와의 조합이 쉽지 않았다. '돼지고기+와사비'라는 검증된 조합에도 불구하고 그간 '와사비 만두'가 없었던 이유다. 고향만두의 40년 노하우는 이 공존을 가능하게 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확인해 봤다.
와사비맛 만두
와샤오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기대는 2가지다. 첫째는 당연히 와사비 맛이 얼마나 풍부하게 나느냐, 두 번째는 '샤오롱'인 만큼 샤오롱바오의 촉촉한 육즙을 잘 살렸느냐다. 와샤오롱의 와사비 함량은 0.007%다. 다른 원재료라면 들어갔는지 느끼기도 어려운 미량이지만 '향신료'인 와사비는 적은 양으로도 풍미를 낸다. 겉포장만 보고 지레짐작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편의점용 제품인 만큼 조리는 전자레인지 조리법만 제공한다. 포장을 살짝 뜯어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끝이다. 플라스틱 트레이 안에 6개의 만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하나씩 꺼내 먹기 좋다. 만두피부터 초록색이어서 와사비의 맛을 기대하게 만든다.
실제로 맛을 보면 해태제과의 고민이 느껴진다. 와사비를 아주 강하게 만들면 '챌린지용 만두'로 포지셔닝할 수 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떨어진다. 또 하나의 '괴식 만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와샤오롱의 선택은 '밸런스'였다. 냉동 고기만두를 먹을 때 느껴지는 느끼함과 돼지고기 냄새를 잡을 정도로만 와사비를 사용했다.
사실 만두는 먹을 때 상당히 냄새가 나는 음식이다. 소의 주재료인 돼지고기는 물론 마늘과 파, 양파 등 향신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와샤오롱은 이런 단점을 잘 잡았다. 기본적으로는 '고기만두'이면서 씹는 동안 와사비의 알싸한 향이 입 안을 기분나쁘지 않게 채운다. 그러면서도 와사비가 너무 튀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만두 자체의 맛도 기대 이상이다. 피는 적당히 쫀쫀해 씹는 맛이 있고 만두소는 전자레인지 조리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촉촉함이 살아 있다. 고기 함량도 높아 제법 만족감이 있다. 6개입 한 봉지에 3500원으로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컵라면 하나를 더하면 5000원에 라면과 만두라는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다만 이 만두 시리즈에 굳이 '샤오롱'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고향만두 샤오롱이 처음 출시된 2006년과 달리 지금은 육즙이 흘러넘치는 '진짜 샤오롱바오'를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시대다. 이 제품을 먹고 샤오롱바오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