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각자도생'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19년 하나로 합쳤던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을 7년 만에 다시 나누기로 한 데 이어 주주총회 일정까지 앞당겼습니다. 다만 SSG닷컴을 둘로 나누는 것만으로 계열분리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양측 사이에 남은 지분과 계열사, 브랜드, 고객 인프라 등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완전한 독립'까지는 아직 후속 작업이 남아있습니다.
분할 작업 속도
이마트는 최근 SSG닷컴의 자본감소 및 인적분할과 관련해 당초 오는 10월 30일로 예정했던 임시 주주총회 개최일을 10월 23일로 일주일 앞당겼습니다. 채권자 이의제출기간 시작일도 같은 날로 변경했습니다. 분할기일은 12월 1일입니다.
이번 분할을 통해 기존 SSG닷컴은 존속하고 신설법인은 '신세계몰'로 출범합니다. SSG닷컴은 그로서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장보기와 기존 커머스 사업을 이어가고 신세계몰은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을 맡습니다. W컨셉은 분할 이후 신세계몰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입니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SSG닷컴 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분할 이후에도 SSG닷컴과 신세계몰의 주식을 각각 같은 비율로 보유하게 됩니다. 사업은 나뉘지만 주주 구조는 그대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사업별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적 분할"이라며 "두 법인은 각자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되 고객 접점과 필요한 사업 연계를 분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세계의 분리 의지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을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위한 핵심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6일 이마트와 신세계가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했던 SSG닷컴 지분 30%를 전량 인수해 이마트 65.11%, 신세계 34.89%의 지분 구조를 만든 직후 인적분할에 나섰다는 점에서 계열분리와의 연관성이 더 부각됐습니다. 외부 주주가 남아 있으면 분할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향후 이마트가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신세계가 이마트가 보유한 신세계몰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의 지분 교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신세계그룹 측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지분 교환이 이뤄지려면 두 법인의 기업가치를 각각 산정하고 지분 가치를 맞추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계열분리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신세계 측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동안 이마트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과거 대형 인수합병(M&A) 여파 등으로 실적과 재무 부담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사업을 기반으로 럭셔리와 뷰티 등 고수익 상품군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온라인 사업이 하나의 플랫폼에 묶여 있으면 이마트의 실적 변동성과 SSG닷컴의 온라인 사업 성과가 신세계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리 과정에서 본연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신세계 측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그룹 내부에서도 신세계백화점 부문 주요 임원들이 계열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시작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 작업은 물꼬를 텄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독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삼성에서 CJ가 분리될 때도 1993년 분리 작업을 시작해 1997년 법적으로 정리되기까지 약 4년이 걸렸습니다.
신세계 역시 1991년 11월 삼성에서 분리·독립경영을 선언한 뒤 1997년 4월 공식적인 계열분리가 이뤄졌습니다. 5년이 넘게 걸린 셈이죠. 과거 사례를 보면 계열분리는 사업과 지분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남은 연결고리를 정리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2024년 10월 계열분리를 공식화했습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완전한 독립'까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우선 SSG닷컴과 신세계몰의 인적분할 직후에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두 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기 때문에 향후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 보유한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지가 핵심 과제입니다.
SSG닷컴 외에 남아 있는 교차지분도 정리해야 합니다. 이마트 계열인 신세계건설은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이 들어선 신세계의정부역사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 27.55%, 광주신세계 25%, 신세계건설 19.9%의 지분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마트 계열과 신세계 계열이 함께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향후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 지분 역시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브랜드 사용 문제도 있는데요. '신세계' 상표권은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트 계열에도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프라퍼티 등 '신세계'를 사명에 사용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계열분리 이후 이마트 측 계열사가 해당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지, 사용한다면 어떤 조건을 적용할지 정리가 필요합니다.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상품권처럼 양측 계열사가 함께 사용하는 고객 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열분리 이후에도 공동 사용을 유지한다면 별도의 제휴와 정산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업과 지분을 나누는 것과 별개로 고객 접점에서 이어져 있는 연결고리까지 정리해야 하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SSG닷컴 인적분할은 본격적인 분리 작업의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지난 7년간 한 지붕 아래 묶여 있던 남매의 온라인 사업이 다시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양사는 얽혀 있는 지분과 계열사, 브랜드, 고객 인프라를 하나씩 풀어내야 합니다.
SSG닷컴을 둘로 나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하나로 묶여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의 연결고리를 어디까지 정리할 수 있느냐가 진정한 계열분리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