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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의 버린 자식 '널디'…결국 사라지나

  • 2026.10.01(목) 07:00

에이피알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 NDY
지난해 널디에서 NDY로 개명
'되는 집' 메디큐브에 집중 전략

그래픽=비즈워치

에이피알의 효자 노릇을 했던 NDY(구 널디)가 쓸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 때 1000억원을 바라봤던 매출은 이제 1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메디큐브'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밀려 사실상 방치된 모양새다. 3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2026 가을겨울(FW) 신제품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에이피알이 패션 사업을 오래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디에 있니

에이피알의 기타 부문(NDY+포토그레이) 매출은 올해 상반기 15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6%  감소했다. 2022년 1009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4년째 감소세다.

실적 하락의 주범은 스트릿 패션 브랜드 NDY(구 널디)다. 널디는 2022년 매출 91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791억원으로 역신장했다. 에이피알은 2024년부터 패션 부문 매출을 엔터테인먼트(포토그레이)와 묶어 '기타'로 공시하기 시작했다. 널디의 매출 하락세를 숨기기 위해서다.

에이피알 기타 부문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널디의 하락세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에이피알의 기타 부문 매출은 2023년 934억원에서 2024년 716억원, 2025년 432억원으로 매년 급감했다. 올해는 300억원 돌파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그나마 이 중 상당 부분은 포토그레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토그레이는 2023년 130개 매장으로 1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달 말 기준 포토그레이의 매장 수는 국내 252개, 해외 17개다. 매년 20~50개씩 매장을 늘리며 성장 중이다. 매장 수와 매출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기타 부문의 매출 중 대부분을 포토그레이에서 올리고 있다는 계산은 나온다.

새하얗게 불태웠어

널디는 에이피알이 2017년 초 론칭한 스트릿 패션 브랜드다. 무채색 중심의 기존 트랙수트와 차별화된 라일락·핑크·스카이블루 등 파스텔톤 트랙수트가 대표 제품이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수 아이유가 예능 '효리네 민박'에 라일락 컬러의 트랙수트를 입고 나와 인기를 끌었다.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도 널디의 성장을 부추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재택수업 확산은 입기 편한 애슬레저룩 시장의 확대를 불러왔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줄어드니 비즈니스룩 대신 '츄리닝'을 입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이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브랜드가 널디다. 

널디 트랙수트를 입고 콘서트 중인 아이유/사진=아이유TV

팬데믹 전인 2019년 364억원이었던 널디의 매출은 2020년 551억원으로 52%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50%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해엔 가수 태연을 모델로 기용하며 '전국구 브랜드'로 올라섰다. 2022년엔 914억원으로 1000억원 고지를 눈 앞에 뒀다. 널디의 고점이었다.

하지만 2023년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츄리닝' 열풍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소비자들은 다시 출근길에 올랐고 트랙수트 대신 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널디의 매출은 급감했다. 

K뷰티 열풍이 불어닥치며 메디큐브가 에이피알의 성장을 견인한 것도 널디를 '방치'한 이유다. 2021년 25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의 성장을 기반으로 2022년 3977억원, 2023년 5238억원, 2024년 7228억원, 2025년 1조5273억원 등 매년 '퀀텀 점프'를 이뤘다. 올해엔 매출 3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기타 등등

사실 메디큐브의 폭발적인 성장에 에이피알의 나머지 사업은 '논외'가 된 지 오래다. 당연한 이치다. 매년 수십% 성장하는 핵심 사업이 있는데 부진한 사업에 쏟을 여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1조52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1%가 넘는 1조4000억원이 '메디큐브'의 몫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에이피알이 영위 중인 나머지 브랜드인 에이프릴스킨·포맨트·글램디바이오·NDY·포토그레이의 매출을 다 합해도 1200억원 안팎이라는 이야기다. 널디와 포토그레이의 지난해 매출이 432억원이니 에이프릴스킨과 포맨트, 글램디바이오 3개 브랜드의 매출은 800억원 언저리가 된다. 

올해엔 이런 메디큐브 독주 현상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에이피알은 올해 예상 연간 매출액을 3조원으로 잡았다. 성장분은 거의 다 메디큐브의 몫이다. 나머지 브랜드의 역할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에 그치고 있다. 메디큐브의 발목만 잡지 말라는 이야기다.

에이피알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널디는 지난해 브랜드명을 NDY로 바꾼 후 거의 마케팅을 펼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8월 말에 FW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올해엔 10월이 다 됐는데도 FW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에이피알이 배포한 NDY 관련 보도 역시 지난해 10월 '아육대' 후원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메디큐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디큐브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의 사업부가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과 기업 운영 측면에서 메디큐브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핵심 사업부인 뷰티 부문의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패션 사업을 비롯한 기타 사업부는 시장 환경과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규모와 운영 효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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