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리셀 시장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 뛰어든 주요 플랫폼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으면서다.
국내 한정판 리셀 시장은 '크림'을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크림 역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니커즈 중심의 리셀 열풍이 한풀 꺾이고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리셀 플랫폼들도 새로운 성장동력과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솔드아웃 문 닫는다
지난 1일 무신사는 오는 12월 31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정판 상품을 중심으로 한 개인 간 거래(C2C) 규모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8월 선보인 패션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솔드아웃이 축적한 C2C 거래 운영·관리 노하우도 유즈드에 접목할 계획이다.
솔드아웃은 2020년 7월 무신사가 선보인 서비스다. 코로나19 당시 한정판 스니커즈와 명품 등을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크림과 함께 국내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솔드아웃 운영사 에스엘디티(SLDT)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58억원, 2022년 427억원, 2023년 288억원, 2024년 1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무신사와 흡수합병되기 전 1분기에도 34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순 합산하면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은 1000억원을 넘어선다.
무신사는 이미 지난해 솔드아웃 운영사인 에스엘디티를 흡수합병하며 별도 법인으로서의 운영을 정리했다. 이번 서비스 종료는 솔드아웃을 독립적인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키우기보다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패션 중고거래 전반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경쟁자는 사라지는데
국내 리셀 시장에서 백기를 든 곳은 솔드아웃만이 아니다. 초기 시장을 열었던 플랫폼부터 대기업 계열사, 글로벌 사업자까지 잇따라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2018년 등장한 '아웃오브스탁'은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했지만 적자 확대로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를 정리했다. KT알파의 '리플'은 2년여 만에, 한화솔루션 계열 엔엑스이에프의 '에어스택'은 약 7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2021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도 올해 국내 검수센터 운영을 종료했다. 검수센터가 상품 진위 확인과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사업 철수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이 하나둘 시장을 떠난 만큼 크림의 수익성은 개선됐을까. 크림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크림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 20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4.1%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81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재무구조도 부담이다. 크림은 2025년 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크림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0억원을 출자하며 지속해서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이처럼 리셀 플랫폼들이 국내에서 맥을 못 추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변화한 소비트렌드 탓이 크다. 코로나19 시기 '보복소비'로 폭발했던 한정판 프리미엄(웃돈) 거래 수요가 엔데믹 이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24년부터는 전세계를 강타한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가성비'로 이동했다. 이는 결국 한정판 거래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크림의 모태이자 핵심 사업이었던 스니커즈의 전체 거래액 비중은 지난해 약 37%까지 떨어졌다.
크림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2023년부터 브랜드 위탁 판매를 통한 B2C 영역 확대 및 패션 커머스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오프라인 편집숍 오픈과 도산공원 플래그십 스토어 출범, 자체 브랜드(PB) '아크릴' 론칭은 물론, 최근에는 금·은 등 실물자산 거래 중개 서비스인 '크림 골드'까지 선보였다. C2C 거래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카테고리와 사업 영역을 추가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행보다.
다만 B2C 시장에서는 이미 무신사 등 대형 패션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크림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크림 측은 현 상황을 리셀 시장의 위기라기보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사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크림 관계자는 "리셀은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검수 기술 발전과 인력 고도화, 전용 앱 구축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며 사업 구조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리셀 시장은 특정 상품의 희소성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거래를 만들어내는 구조인 만큼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거래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쟁 플랫폼이 줄어드는 것과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크림 역시 거래 규모 확대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