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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 'K럭셔리 뷰티'로 일본 럭셔리 백화점 뚫었다

  • 2026.10.07(수) 07:50

이세탄에 첫 백화점 팝업 스토어 오픈
인삼 연구력에 한국적 체험 더해 차별화
'팬' 만드는 데 집중…정규 매장도 검토

그래픽=비즈워치

[도쿄=정혜인 기자] 지난 1일 오전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이세탄 본관 1층. 에르메스, 입생로랑, 아르마니 등 내로라하는 명품 뷰티 브랜드 매장 사이로 오렌지색 간판이 시선을 끌었다. 이른 오전임에도 고객이 끊이지 않고 찾아와 '자음생크림' 등에 관심을 보였다. 핸드 마사지 서비스를 받아보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일본 시장 공식 진출을 알리며 연 팝업스토어다. 설화수가 일본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화수는 이곳을 시작으로 'K럭셔리 스킨케어'를 일본에 알리겠다는 목표다.

높은 문턱을 넘다

설화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 즐겨 구매해 가는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전 세계 15개국에서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럭셔리 뷰티 격전지로 꼽히는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설화수가 일본 진출에 나선 것은 최근 일본에서 K뷰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K컬처와 K뷰티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수용도가 연령과 관계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설화수의 판단이다.

이세탄에 입점한 설화수의 팝업스토어. / 사진=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일본 첫 오프라인 거점으로 택한 곳은 일본의 최고 백화점으로 통하는 '이세탄'이다. 설화수의 이세탄 입점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럭셔리 시장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진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소득 수준이 높아 럭셔리 소비 시장의 규모가 크다. 그만큼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이 진출해 있는 데다 '시세이도'와 '코세', 'SK-II' 같은 현지 브랜드까지 많아 럭셔리 뷰티 격전지로 꼽힌다. 

백화점 입점은 더욱 까다롭다. 특히 이세탄은 입점 기준이 엄격하기로 알려져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은 새로운 트렌드나 화제성보다는 오랜 시간 축적된 제품력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보는 소비자가 많다"며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의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삼 헤리티지로 승부

설화수가 일본 시장에서 내세우는 차별점은 오랜 시간에 걸친 인삼 연구에서 나온 '제품력'이다.  설화수의 출발은 60년 전 세계 최초로 인삼을 화장품에 적용한 'ABC 인삼크림'이다. 설화수는 이후 수십 년간 바이오 과학과 연계해 인삼을 연구하며 화장품에 적용해 왔다. 일본에서도 고려 인삼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를 화장품 원료로 쓰는 회사는 드물다는 점은 설화수만의 강점이다.

설화수는 이세탄 매장에서 한국 전통과 미감을 담은 체험도 함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이 자리에 앉아 자음생크림으로 핸드 마사지를 받는 동안 직원이 인삼 향과 60년 연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세트나 선물용으로 구매하면 보자기로 싸 주는 '지함보' 패키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설화수 이세탄 팝업에서 제공하는 '지함보' 패키징 서비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실제로 일본 럭셔리 고객들의 관심도 높다. 설화수는 이세탄 팝업스토어 오픈에 앞서 지난달 5일 이세탄의 '단청회'에 참여했다. 단청회는 이세탄이 VIP 고객만을 위해 전관을 개방하는 행사다. 이때 많은 VIP 고객들이 설화수 매장을 찾았는데 이미 알고 있던 고객들이 많았다.

또  이세탄 VIP 매거진에 소개된 자음생크림 샘플을 써 보고 찾아온 고객도 있었다. 팝업 오픈 이후에도 VIP 고객을 비롯한 많은 현지 고객이 매장을 찾고 있고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설화수 대표 제품인 자음생크림과 '윤조에센스' 등이다.

설화수에 대한 현지 뷰티 업계의 기대도 높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 현지 언론 매체 편집진과 인플루언서들이 설화수의 일본 진출을 오래 기다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며 "과거 한국을 방문했다가 설화수를 접하고 꾸준히 써 온 인플루언서와 뷰티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매출보다 팬

설화수는 이번 이세탄 팝업을 시작으로 일본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일본 고객이 설화수를 직접 경험하게 해 '팬'으로 만드는 일이다. 럭셔리 고객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의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설화수는 고객층에 맞춰 다양한 마케팅도 펼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앳코스메'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의 경우 제품을 골라 담는 '셀렉션 채널'의 성격에 맞춰 소용량 트라이얼 키트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설화수 이세탄 팝업에서 인기가 높은 자음생크림.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세탄에서는 VIP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깊이 경험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설화수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하세가와 준, 다키자와 마키코 등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모델과 인플루언서 등과 함께 브랜드를 알리는 중이다. 이외에도 일본 고객의 특성과 주요 시즌에 맞춘 전용 기획 세트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설화수는 이세탄 팝업 성과를 살핀 뒤 정규 매장 전환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설화수에 앞서 일본 시장에 진출한 '헤라'가 4개 정규 매장을 확보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설화수 역시 중장기적으로 단독 매장이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스트라, 라네즈, 에뛰드, 헤라 등 이미 진출한 브랜드와 함께 설화수를 통해 일본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한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에서 K럭셔리 스킨케어의 가치를 알리고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랜 연구와 철학을 기반으로 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서 설화수만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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