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인공지능(AI)기술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지난 2016년 핀테크가 떠오르면서 금융권에 등장하긴 했지만, 보편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마이데이터 도입을 비롯해 자산관리 영역이 중요해지면서 그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PB 등 자산관리 전문가와 함께 로보어드바이저를 동시에 자산관리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AI와 인간의 공존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 로보어드바이저의 예상, 얼마나 들어맞을까
지난해 9월 1일 비즈니스워치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를 신청했다. 투자금 100만원, 투자기간 12개월, 투자성향 '적극적'을 선택해 4대 은행 로보어드바이저로부터 투자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았다. ▷연관기사 널뛰는 금융시장…은행 AI의 재테크 전략은
8개월이 지난 현재 은행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추천했던 펀드는 당시 전망했던 예상수익률을 향해 순항 중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 로보어드바이저인 '쏠리치'가 추천했던 펀드들은 3월 31일 기준 기준가가 투자 당시에 비해 평균 7%가량 올랐다. 당시 '쏠리치'는 비슷한 성향으로 투자할 시 약 5%의 수익률을 전망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KB K봇쌤'이 추천했던 펀드의 기준가는 평균 약 2%, 하나은행 '하이로보'가 추천한 펀드의 기준가는 평균 13%, 우리은행의 '우리로보'가 추천한 펀드의 기준가는 평균 4% 상승했다.
다만 투자 당시에 전망했던 수익률은 다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하이로보'와 '우리로보'는 1년 수익률 전망치를 각각 18.16%와 8%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 로보어드바이저, 어떻게 시장을 평가할까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과정은 각 금융회사의 시스템에 따라 다르지만 작동하는 큰 틀은 같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에 맞는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과 로보어드바이저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파운트 관계자는 “매일매일 수천 수만 가지의 세계 경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고, 이 시나리오를 투자자 성향에 맞춰서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로보어드바이저 키우는 은행…PB와 공존
은행들은 특히 마이데이터 산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더 다양한 자산관리가 가능해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에 퇴직연금 관리까지 맡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개인이 직접 적립금 운용을 지시하는 DC IRP 계좌의 수익률 관리, 리밸런싱, 포트폴리오 변경 추천 기능을 제공하도록 개편했다.
이처럼 그간 은행 PB들이 하던 일을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신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PB들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초개인화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엔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케이봇 쌤'은 AI가 설계한 투자 포트폴리오와 KB금융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설계한 투자포트폴리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직접 투자 성향을 입력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설정된 몇 가지 대표 시나리오에 국한된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까지 초개인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고객 접근성을 낮춰주는 효과가 가장 크며, 현 상황에선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해야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초개인화 자산관리는 은행 PB들이 더 전문성이 있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