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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은행, 10년간 무엇을 했나

  • 2022.04.29(금) 16:59

내부통제 허점…회계법인·금감원도 '책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올해는 굵직한 회사들의 '횡령' 사건이 연이어 시장을 달구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금담당 직원이 자본금의 90%에 해당하는 2215억원이라는 돈을 횡령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여곡절끝에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가 재개되자 마자 또 우리은행에서 대형 횡령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일개 기업이 아닌 시중은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010년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를 매각하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란의 가전업체 엔텍합을 선정했다. 이후 매각주간사였던 우리은행에 계약 보증금 578억원이 들어왔다.

이후 엔텍합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가 무산되고 이 보증금은 채권단이 이를 몰수했다. 이후 엔텍합은 이를 돌려달라는 국제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이란에 돈을 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이 돈은 그동안 우리은행에 '묶여 있었을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지난 1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이 특별허가서를 발급하면서 송금이 가능해지자 우리은행은 계좌를 확인했지만 남은 것은 없었다.

우리은행 기업 구조개선부 직원은 이 돈을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미상의 계좌로 이체했다. 해당직원은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수해 수사받고 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시중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계좌에서 거액이, 그것도 2012년부터 빠져나갔지만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은 물론 회계법인, 금융감독당국 모두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기간동안 회계를 감사했던 외부감사인은 딜로이트안진을 거쳐 현재 삼일회계법인이다. 이들의 감사업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우리은행과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 종합검사를 실시했지만 이번 횡령을 적발해내지 못했다. 제대로 된 검사체계가 작동했는지 철저히 되짚어 봐야 한다.

은행에게 있어 '회계'는 가장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요한 업무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시중은행을 흔히 '제1금융권'이라고 분류하는 것도 조직 자체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순익규모에서 하나은행을 추월해 3위를 기록했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런 고객들의 신뢰에서 출발했다.

우리은행은 과거에도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다. 채용비리로 물러난 전임 행장도 있었고, 휴면계좌 고객의 임시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해 실적을 유치하는 불법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항상 '고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성이 따라 붙었었다.

일단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당장의 금전적 손실 회복보다 이번 사건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우리은행에 그치지 않고 회계법인, 금융감독당국 모두에게 해당된다. 관계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성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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