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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시장 혼선]①'이자 경고' 불구, 영업뛰는 은행

  • 2022.06.21(화) 06:10

빠르게 오르는 금리…이자부담 눈덩이 증가
시중은행 '대출 확대 경고'에도 영업에 총력

국내 대출시장이 혼란기다. 시장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낮은 편에 속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금리상승기에 취약차주들이 대규모 부실에 빠져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날릴 정도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실제 대출을 내주는 은행들은 행보는 다르다. 금융당국은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고 은행들은 대출을 적극 권하고 있다. 잇딴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편집자]

기존 대출자들의 피가 마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 대출금리가 연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다달이 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출증가세가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용대출의 한도를 늘리고 우대금리까지 부활시키며 대출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래프=유상연 기자 prtsy201@

치솟는 대출금리…치솟는 이자부담

최근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기준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가 1.98%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월대비 0.14%포인트 오른 것이다. 올해 들어서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상승세라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연합회 코픽스 공시 이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5.7%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5.0%대보다 0.7%포인트나 인상됐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혼합형(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다. 이날 기준 이들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선을 넘어섰다. 연초 4%보다 3%포인트 훌쩍 뛰었다. 

이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벤치마킹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0일 기준 4.109%로 집계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2.302%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론 한국은행도 연이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에 대출을 위한 자산조달시 금리도 같이 인상됐고 이와 연동해 대출금리도 동시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그리고 기업대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은행권이 취급한 대출중 약 80%가량은 변동금리형 대출이다. 가계, 기업을 막론하고 대출이자 부담이 연이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같은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것이다. 세계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5일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추가 인상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0으로 좁혀지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 여신관리 부서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2.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라며 "전 세계적인 긴축이 시작되면서 대출 금리는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이며 2008년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리상승기 누리려는 은행들

대출금리가 연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은행들은 대출영업에 더욱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사라졌던 우대금리를 다시 부활시키고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줄어들기 시작했던 은행권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5월에는 증가폭이 더욱 커졌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호응하기 위해 대출 취급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라며 "다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 정부의 기조가 바뀐 영향에 1분기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출 영업을 다시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려 2%를 넘어설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현재보다 약 30%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 역시 이처럼 금리상승세가 이어져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은 이미 하고 있다. 

실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열렸던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간 업무위탁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장들과 금리 상승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의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은행 역시 현재 상황에서 지나친 대출 확대는 경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민간 회사기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해 수익을 늘려야 한다. 특히 최대 호재중 하나가 바로 금리상승기"라며 "특히 은행은 금융지주 계열사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데 다른 계열사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은행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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