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년의 논의 끝에 만들어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 '실손24'가 시행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연계율 29%에 머무는 것, 일부 업체가 집단적으로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실손24 확산 속도가 더딘 상황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의료기관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연내 의료기관 연계율을 80~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11일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보험업계·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실손24 연계율 아직 29%…의원·약국 참여 저조
실손24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서류(진료비 영수증·진료비 세부내역서·처방전 등)를 직접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자료를 전자적으로 보험사에 전송해주는 시스템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종이 서류 발급 절차 없이 온라인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네이버나 토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손 청구 전산화는 앞서 2024년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1단계)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의원 및 약국(2단계)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실제 이용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실손24와 연계된 의료기관은 총 3만614곳이며 전체 의료기관 대비 연계율은 약 29% 수준이다. ▷관련기사: 실손 청구 전산화 2단계 시행…낮은 연계율 어쩌나(2025년10월23일).
병원급·보건소 등 1단계 의료기관 연계율은 56.3%로 절반 이상 연계가 이뤄졌으나, 의원·약국 등 2단계 연계율은 26.8%에 그친다. 현재까지 실손24 가입자는 약 377만명이며 누적 청구 건수는 241만건 수준이다.
EMR 업체 참여 독려…정부 "비정상의 정상화"
의료기관 참여가 더디게 진행된 원인은 일부 EMR 업체의 미온적 태도가 꼽힌다. EMR은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다. 병·의원이 사용하는 EMR 프로그램이 실손24와 연동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은 사실상 청구전산화 서비스에 참여하기 어렵다.
권 부위원장은 "국민의 권익 강화를 위해 마련한 공공 정책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바라며 업체가 불참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이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복지부와 함께 미참여 의료기관과 지역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참여 의무를 안내하고 공정위와는 EMR 업체 간 집단적 참여 거부나 불공정 관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는 참여·미참여 업체 리스트도 공개했다.
금융위는 주요 EMR 업체 연계 작업이 오는 6월 마무리되면 실손24 의료기관 연계율이 최대 52%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추가 제도 개선과 병원 참여 유도를 통해 올 하반기 80~9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발적 참여만으론 한계"…제재 필요성도 제기
소비자단체들은 실손청구 전산화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경우 미참여 EMR 업체나 의료기관에 대한 과태료 부과, 담합 조사 등 보다 강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역시 실손청구 전산화 확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병원 서류를 직접 떼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상당히 높다"며 "금융위가 복지부·공정위와 함께 참여 확대에 나선 만큼 제도 확산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