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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바꿨나' 폭락장이 할퀸 DC형 퇴직연금…전문가 조언은

  • 2026.08.05(수) 08:00

반도체 쏠림의 대가…퇴직연금도 직격탄
손절이냐 버티기냐…DC형 가입자 '진퇴양난'
폭락장 뒤 포트폴리오 재정비…분산투자가 해법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월 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바꿨다. 증시가 활황이라 직접 굴려보기로 했다. 3월 초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미국 대표지수·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했지만 6월 말 31.70%였던 누적수익률은 7월 말 4.83%, 지난 3일 2.71%로 쪼그라들었다.

A씨의 위험자산 비중은 55%가량이다. KODEX 미국S&P500·미국나스닥100뿐 아니라 KODEX 반도체와 TIGER 반도체TOP10 등을 함께 담은 것이 급락장에서 타격을 키웠다. A씨는 "지금 팔자니 반등할 때 수익을 놓칠 것 같고 계속 갖고 있자니 더 떨어질까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지난달 30일 5593.56까지 34.01% 급락했다. 31일 하루 17.91% 반등했지만 7월 한 달로는 22.19% 하락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주식형 상품을 담은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수익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이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IRP는 총 329조6947억원으로 전체의 59.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보다 약 61조7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연간 증가분인 50조8000억원보다 21.5% 많았다. 이 가운데 원리금비보장 상품에 들어간 돈은 174조6405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의 31.5%였다. 

같은 DC형도 희비…투자처가 가른 성적표

상반기에는 반도체 ETF가 퇴직연금 투자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DC형·IRP 계좌 ETF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6개가 반도체 관련 상품이었다. 7월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채권을 절반가량 섞은 상품도 두 자릿수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콤 플랫폼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최근 한 달 총수익률은 각각 -14.05%, -13.29%였다.

반면 40대 후반 직장인 B씨는 2년 전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임금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직접 운용을 택했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대표지수 ETF와 고배당·커버드콜(주식 매수와 콜옵션 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 ETF에 투자하고 분배금도 재투자했다. 6월 말 약 30%였던 계좌 누적수익률은 이달 4일 32%로 오히려 올랐다. 국내 증시 급락에도 미국 자산 비중이 높아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같은 DC형이라도 투자 지역과 상품 구성에 따라 성적표가 갈린 셈이다. 그러나 모든 가입자가 투자 대상을 충분히 이해한 뒤 직접 운용에 나선 것은 아니다. 바쁜 직장인이 반도체 업황과 금리·환율, ETF 편입 종목까지 챙기며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이 흔들려 수익이 줄거나 손실이 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더욱이 한 번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면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다. 급락장을 계기로 퇴직 시점과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수준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퇴직 시점 따라 달라지는 전략…50대는 변동성 낮춰야

전문가들은 급락장에서 무조건 손절하기보다 DC형 안에서 퇴직 시점과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에 맞춰 상품 구성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혜영 하나은행 Club1 도곡PB센터 GOLD PB부장은 "지금처럼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는 추가 투자 여력이 있다면 바닥이 어느 정도 확인된 뒤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등할 때 반도체처럼 가격 등락이 큰 상품 비중을 줄이고 일부 자금을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상품으로 옮겨 계좌 수익률의 출렁임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며 "DC형은 안전자산을 30%보다 더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 시점이 가까운 가입자는 위험자산 비중을 더욱 보수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50대 가입자는 변동성이 큰 상품 비중을 점차 줄여야 한다"며 "반도체처럼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S&P500이나 코스피 등 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ETF를 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미정 신한PWM서초센터 팀장은 "퇴직연금은 단기 변동성보다 장기적인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고 운용해야 한다"며 "확정금리 상품만으로 장기간 운용하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 자산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이나 반도체 같은 테마형 상품보다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ETF나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TDF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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