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한여름부터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고 있다. 총량 관리를 시작한 후 통상 연말께 대출 창구를 조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그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 이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목표치를 넘어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대면·비대면 모두 중단한다. 고정금리 주담대(대면)만 가능한 셈이다. 지난 7일 비대면 주담대를 막은 데 이어 11일에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다.
은행들의 대출 제한 조치는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은행들이 열흘 사이 일제히 신용대출 한도를 조였다. KB국민은행이 16일 일반대출 1억원과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으로 한도를 제한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연이어 비슷한 조치를 내놨다. NH농협은행은 마이너스통장에 연 소득 절반이라는 조건까지 더했다.
지난달에는 대출을 받는 통로를 막았다.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과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이 주된 수단이었다. 하나은행은 오는 10월 실행분까지 모집인 접수를 막았고, 신한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모기지보험 가입을 막았다.
우리은행은 주요 주담대 상품의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면서 영업점별 월 취급한도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다. KB국민은행은 전 지역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낮췄다. 기존 수도권과 규제지역 최대 한도 6억원의 절반이다.
올해 은행들의 대출 총량 관리 시간이 앞당겨진 배경으로는 대폭 줄어든 목표치가 꼽힌다. 지난해 5대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는 8조690억원이었다. 올해 목표치는 4조3366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은행들은 지난달 말 기준 연간 목표를 1조원 이상 초과했다.
올해 1분기까지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이 1조6143억원 줄었고 △신한은행 1조5896억원 △하나은행 1조5402억원 △NH농협은행 1조3551억원 △우리은행 3447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각 은행 계수자료를 종합하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765조7290억원에서 지난달 말 778조9791억원(정책성 대출 포함)으로 4개월 만에 13조2501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3조104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우리 2조8354억원, 하나 2조6185억원, 신한 2조4702억원, NH농협 2조3156억원 순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 규제 자체는 원래 있었고, 예전에는 연말이 돼야 한도가 차서 대출이 막혔다"며 "지금은 수요가 늘면서 한도가 일찍 차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월별 관리 지침을 내려주지는 않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며 한도에 도달하면 접수를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늘어난 대출의 성격은 지난해와 달랐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정책성 대출을 뺀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연간 15조2000억원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조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연간 3000억원 증가에 머물렀던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5조8000억원이 늘었다.
은행별로도 늘어난 항목이 갈렸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신용대출 증가분이 주택 관련 대출의 2.6배였고, 신한과 하나은행도 신용대출이 더 많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신용대출도 일정 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온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총량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또 국민은행이 한도가 다 차지 않았는데도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금융기관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 전년보다 대출 관련 조치가 늘었고, 시기도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총량 목표는 이미 넘어섰고, 하반기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이사철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은행들이 먼저 문턱을 낮출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