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반기보고서에 건전성을 걱정하는 문구가 늘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연체율 상승 가능성 등 건전성 부담도 함께 짚기 시작했다.
미국 공시에서 먼저 드러났던 리스크 인식이 국내 보고서에서도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부실자산 정리와 안전·우량자산 확보를 앞세우는 등 리스크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20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이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석 달 사이 리스크를 보는 시각과 대응이 달라진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난 5월 분기보고서와 비교한 결과다.
생산적 금융, 이번엔 '연체율 상승 요인'
A금융지주는 지난 분기보고서에서는 은행권 전반의 업황을 설명하며 생산적 금융을 기업대출 증가 요인으로 봤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증가는) 당국의 생산적 금융 정책 영향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반기보고서에서는 여기에 건전성 우려가 더해졌다.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0.50%에서 올해 5월 말 0.67%로 올랐다고 짚으면서 "생산적금융 지원 강화, 한국은행 금리인상 사이클 등도 향후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런 걱정이 처음은 아니다. KB·신한·우리금융은 지난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연차보고서에서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가 연체율 상승이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투자 위험요인으로 적었다. 국내 사업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자 3사는 5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공시 방식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미국 공시에서 먼저 나온 건전성 리스크가 이번에는 국내 반기보고서에도 담긴 셈이다. 부실사업장, 매각·할인분양·공매까지
비은행 계열사에서는 부실자산 정리와 손실 관리가 더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KB부동산신탁은 1분기 "신탁계정대(신탁사가 사업장에 빌려준 돈) 회수 및 부실사업장 정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반기보고서에서는 "현안자산의 신속한 매각과 할인분양, 공매를 통해 신탁계정대를 최대한으로 회수하고 충당금 추가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썼다. '충당금 추가 발생 최소화'를 새로 담았다.
실적 악화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1분기 86억원 흑자였던 KB부동산신탁은 상반기 누적 153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1500억원의 자본확충도 단행했다. 비토지신탁 신규 실적 감소 배경으로는 "은행권 생산적 금융 확대 및 부동산 대출 규제"를 꼽았다. 생산적 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영업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NPL '확대' 대신 '자산건전성'
부동산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 관리는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하나저축은행은 분기보고서에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줄이면서 "저(低) RWA(위험가중자산) 우량자산 중심의 선별적 자산 증대를 추진한다"고 했다. 반기보고서에서는 여기에 "비부동산 등 안전자산으로 교체한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자산의 질을 더 따지겠다는 뜻이다. 이 회사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97%로 지난해 말 10.61%보다 0.64%포인트(p) 낮아졌다.
부실채권 전문 투자 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도 자산 확대보다 건전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분기보고서에서는 회사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요수단으로 "지속적인 투자발굴을 통해 부실채권(NPL) 자산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반기보고서에서는 이 표현이 빠졌다. 대신 "효율적인 자본 운용과 우량 투자자산 확보를 통해 중장기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비은행 강화를 강조해온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024년 5월 우리금융에프앤아이에 1200억원을 증자하며 힘을 실었다. 당시 명분은 '영업 경쟁력 확보와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 마련'이었다. 성장을 위해 자본까지 확충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NPL 투자는 이어가고 있지만 보고서상 경쟁우위 확보 방점은 자산 확대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으로 옮겨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