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해외 보험·금융사 인수 및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 금융계열사의 해외 확장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성장 여력이 있는 해외 시장으로 자본을 옮기고 현지 사업 기반과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미국 퇴직연금 전문 금융회사인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 지분 10%대 중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글로벌 특수보험사 영국 캐노피우스 보유 지분을 80~90%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 보험계열사가 해외 M&A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보험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 생명·손해보험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데다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을 더 투입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외형 성장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해외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 여력도 커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약 8.51%, 1.49%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두 회사가 받을 배당금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진행하기로 했다. 30조원 가운데 약 27조5500억원이 특별배당으로, 정규 분기배당 약 2조4500억원에 더해지는 구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단순 적용하면 두 회사가 이번 배당을 통해 받는 금액은 각각 약 2조5000억원, 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배당금이 M&A에 모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조원 규모의 해외 M&A를 위한 실탄은 두둑해질 전망이다.
전문성 갖춘 현지 기업 공략
해외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보험 영업을 시작하려면 고객 기반부터 영업채널, 상품, 인력,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보험은 고객과 계약이 장기간 이어지는 산업인 만큼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이미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보험사를 인수하면 기존 고객과 영업망은 물론 현지 인력과 상품, 언더라이팅 역량까지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해외 M&A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단순히 해외에 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성이 있는 시장의 사업 기반을 확보해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가 검토하는 매물의 사업 영역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삼성화재가 지분 확대를 검토하는 캐노피우스는 런던 보험시장을 기반으로 기업성·특수보험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특수보험은 특정 산업이나 위험에 대한 전문적인 언더라이팅 역량이 중요한 만큼, 캐노피우스의 사업 기반을 활용하면 삼성화재가 자체적으로 글로벌 특수보험 역량을 구축하는 것보다 빠르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특수보험 M&A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DB손해보험은 올해 미국 특수보험사 포테그라를 인수하며 미국·유럽 시장의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해외에서 전문성이 축적된 사업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이 검토하는 PFG는 퇴직연금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PFG는 미국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총운용자산(AUM)이 7800억달러를 웃돈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구축한 사업 기반과 퇴직연금 운용 역량,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노하우가 삼성생명이 PFG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으로서는 PFG의 사업 기반과 운용 역량을 활용해 미국 연금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자산운용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와 연금자산을 장기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운용 역량을 확보하고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다.
PFG 투자, 지분율에 따라 달라지는 셈법
PFG 투자의 경우 삼성생명이 확보하는 지분율과 이에 따른 경영 참여 수준에 따라 투자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지분은 10%대 중반으로 ,삼성생명이 PFG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FG의 기존 최대주주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으로 지분율은 12% 안팎이다.
다만 이사회 참여 등 실제 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느냐도 중요하다. 국제회계기준상 지분법 적용 여부는 지분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투자기업의 재무·영업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는지를 함께 판단하기 때문이다.
PFG 역시 최종 지분율과 함께 이사회 참여 등 어떤 권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관계기업으로 편입해 지분법을 적용하게 되면 PFG의 순이익 가운데 삼성생명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분법 손익으로 삼성생명 실적에 반영된다. 결국 PFG 투자는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인 동시에 지분 구조에 따라 삼성생명의 실적과 자산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래다.
다만 두 회사 모두 현재 인수 검토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캐노피우스 지분 확대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해외 M&A를 검토하면서 여러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며 "PFG도 검토 대상 중 하나로 RFP를 발송한 상태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