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부동산 대출사기 수법을 파악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지 2주 만에 같은 사건에 연루된 대출 19억원을 또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이 이 사기 조직에 내준 대출은 12개 차주 14건, 244억6000만원에 달하는데 이 같은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은행의 자체 점검이 아니라 경찰 수사를 통해서였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10일 외부인에 의한 금융사고를 금감원에 보고했지만, 2주 뒤 같은 사건으로 묶인 대출을 실행했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시행사가 브로커, 모집책, 자금책, 대출명의자로 구성된 조직과 짜고 은행 대출을 빼내 간 것이다. 실질적인 분양 의사가 없는 차주를 내세워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것처럼 꾸미고 계약금과 중도금이 실제로 납부된 것처럼 자금흐름을 만든 뒤 잔금 명목의 시설자금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2024년 4월 첫 대출이 나갔고, 마지막 대출은 지난해 10월 24일 실행됐다. 확인되는 취급 지점은 10곳, 담보는 서울과 인천, 경기 남양주 등이다. 이 가운데 62억3900만원은 회수됐고, 182억2100만원이 남아 있다.
사고 금액은 경찰 수사에 따라 계단식으로 늘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처음 금감원에 보고한 금액은 9억6500만원 1건이었다. 지난 6월 금감원이 추가 압수수색 관련 확인을 요청하면서 4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7월 21일 네번째 압수수색영장이 접수, 최종적으로 8월 2일 금액은 244억6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외부매각으로 손실이 확정된 건이 빠지면서 182억2000만원으로 수정공시했다.
문제가 된 대출은 지난해 10월 마지막 실행된 19억원이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지식산업센터 내 근린생활시설 5개 호실을 담보로 시설자금이 대출됐다. 기업은행이 금감원에 사고를 보고한 지 14일 만이었다.
기업은행은 이 대출을 앞서 인지한 사기 건과 연결 짓지 못했다. 당시 기업은행이 파악한 건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상가에 나간 1건뿐이었고, 2주 뒤 대출은 취급 지점과 차주, 시행사, 담보 물건이 모두 달랐다. 두 건이 같은 조직 소행이라는 점은 올해 7월 경찰이 네 번째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면서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최초 금융사고 보고 건과 차주, 대상 담보, 취급 지점이 모두 다른 거래로 취급 당시 사고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은 자체 점검 결과 특이사항이나 규정 위반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평가 심사인증서가 첨부됐고, 분양대금은 부동산신탁사 명의 계좌로 들어가게 돼 있었다. 차주는 2024년 매출 141억원 법인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런 사기는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고 재무제표부터 오랜 기간 준비된다"며 "심사 절차를 다 거쳤는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를 인지하는 구조는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25일 지점으로 접수된 첫 영장이 내부에 배부돼 기업은행이 사고를 처음 파악한 것은 7일 뒤인 10월 2일이었다. 지점 대표 팩스번호로 영장이 수신되면서 수신자, 최초 열람일시, 열람자, 내부 배포 등의 이력을 조회할 수 없었다는 것이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수사기관 영장은 본부 대응 전담부서에서 접수한 뒤 담당직원을 배정하고 취급 관리점 또는 본부부서로 재배정하는 절차를 거치며 이 과정에 약 5영업일이 소요된다"며 "향후 영장 접수 이후 검사부와 내부통제부 등 관련 부서에 보다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처리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검사부는 압수수색영장이 추가될 때마다 관련 대출을 다시 점검했다. 점검 대상에는 같은 건물 내 여러 호실을 담보로 서로 다른 차주에게 실행된 대출이 있었다. 차주가 자기자금을 납입한 당일 제3자 명의로 자금이 들어온 사례, 자기자금 원천이 인터넷전문은행 개인계좌인 사례, 계약금과 중도금 입금증을 확인하지 못한 사례도 점검표에 적혔다.
하지만 지난 6월 압수수색 관련 대출을 대상으로 한 점검의 결론은 '특이사항 없음', '내부규정 위반없음'이었다.
대출을 처음 취급할 당시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데 이어 금융사고가 드러난 뒤 관련 여신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한 셈이다. 사고 금액이 늘어난 것도 은행의 자체 점검이 아닌 경찰 수사와 금감원 확인 요청의 결과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나 수사와 별개로 미분양 부동산 대출 절차에 대한 내부통제 점검을 실시했다"며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유관부서와 협의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지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