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돌입한다. 올해는 자회사 내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로 통일)의 역할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후보 추천·평가 과정에서 자회사 이사회의 실질적인 참여를 주문하면서 금융지주들도 승계 절차를 잇달아 손질했다. 관건은 권한 확대가 실제 인사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다. 지주가 사실상 주도해 온 CEO 인선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4대금융, CEO 승계 절차 잇달아 개편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은 이달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달 21일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4대 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오는 12월 말 만료된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은행 등 자회사의 임추위 역할 확대다. 그동안 지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로 통일)가 후보군 압축과 최종 후보 선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은행 임추위가 후보 추천과 검증·평가 과정에 더 깊숙이 참여할 전망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달 23일 "지주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자회사 임추위가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관련기사 : 이찬진, 은행지주회장들에 "자회사 임추위, 실질 역할 보장하라"(2026.09.23)
지주별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지주 자추위가 주도하던 후보 발굴 단계부터 은행 임추위가 참여한다.▷ 관련기사 : 'CEO 추천권' 가진 은행 임추위…4대금융 중 절반만 행사(2026.09.23)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임추위가 최종 후보군에 의견을 내고 임추위원장이 최종 후보자 평가에도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앞서 2024년부터 임추위에 은행장 후보 대상자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관련기사 : 하나금융, 계열사 CEO 승계 절차 개시…은행 임추위 역할 확대(2026.09.30.)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임추위가 후보자의 경영성과를 별도로 점검하는 절차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기관 검증도 도입했다. KB금융은 계열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 절차를 이미 운영 중이며 추가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형식적 권한 확대 그칠까…실효성 시험대
다만 '후보를 추천하는 것'과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은행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고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후보군을 압축해 사실상 최종 후보를 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그룹 자추위가 맡는다. 현행 법도 지주의 자회사 경영 관여를 일정 부분 인정한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은 자회사의 '경영지배구조 결정'을 지주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후보선정 기준, 임추위 역할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당국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임추위가 제대로 가동돼 특정인이 인사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회사 임추위가 후보 발굴 단계부터 참여하고 후보군 정보를 공유받아 평가 의견까지 남기면 지주 자추위에 대한 견제 기능은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여전히 실효성에 물음표를 붙인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 임추위가 2024년과 2025년 각각 추천한 은행장 후보군 11명도 모두 그룹임추위가 이미 관리하던 후보군과 겹쳤다. 추천 권한을 갖는 것과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는 별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보군 구성과 심사 과정에서 자회사 의견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임추위의 역할 확대가 바람직하다"면서도 "짧은 (사외이사) 임기로는 독립성을 갖고 장기적인 CEO 육성 과정을 보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는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 사실상 자회사들이 사업부적인 구조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자회사 이사의 임기가 보장돼 장기간 차기 임원 인사 평가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지주를 중심으로 원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구조에서 지주(회장) 의견을 거스르는 결정을 자회사 이사회가 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CEO 인선 과정에서 외부 지원자들도 불공정하다고 느낀는 부분들이 있는데,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사외이사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