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GLP-1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지정 자체보다 실제 오남용을 차단할 수 있는 관리 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LP-1 비만치료제 관리 강화 본격화
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중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여부를 논의한다. 지난 5월 행정예고에 이어 지난달 업계와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를 마친 만큼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면 GLP-1 비만치료제 관리 강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용기와 포장에 관련 표시가 의무화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은 발기부전 치료제, 조루치료제, 이뇨제, 스테로이드제 등 총 13개 품목이다.
대표적인 오남용 우려 의약품인 발기부전 치료제는 불법 유통과 처방 목적과 다른 사용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면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역시 최근 수요 증가와 함께 미용 목적의 사용, 온라인 불법 거래 등 비정상적 이용 사례가 늘면서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의료계, 실제 오남용 예방 위한 추가적 제도 보완 제안
다만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GLP-1 수용체작용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GLP-1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는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상징적인 관리 조치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방 관리감독과 불법 유통 차단 등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실질적인 관리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는 비만뿐 아니라 2형당뇨병·심혈관질환·만성 콩팥병 등 대사질환 전반에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한 필수 치료제"라며 "'오·남용우려의약품'이라는 표시가 치료 중인 당뇨병 환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낙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실질적인 오남용 예방을 위해 △GLP-1 수용체작용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 △의학적 적응증에 근거한 적정 처방 기준 및 진료 현장 적용 지침 마련 △온라인 불법 판매·무분별한 광고·해외 직구 등 비정상 유통에 대한 단속 강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 및 공급 안정성 보장 △국민과 환자들에 균형 잡힌 정보 제공 △오·남용 방지 정책과 건강보험 보장성 논의의 병행 등을 제안했다.
제약업계, '적정 처방·불법 유통 관리' 강조
제약업계에서는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적정 처방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비만치료제 처방 대상은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로 설정돼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의학적 기준에 기반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진의 처방 원칙 확립과 진료 현장에서의 자구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한 관리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영역에서 처방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처방 규모와 환자별 사용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도비만 등 치료 필요성이 높은 환자에 대한 급여 적용이 이뤄질 경우, 적정 처방 기준을 기반으로 한 환자 관리와 함께 유통·처방 현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라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명확한 처방 원칙에 따라 비만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에게만 처방하고, 과도한 처방·불법 유통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