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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②'허가' 끝난게 아니다…생존경쟁 본게임

  • 2026.08.27(목) 07:20

후속 임상·수익성 문제로 허가 취하·생산 중단
실패와 시행착오 경험 통해 R&D 역량 축적

국산 신약은 1호 신약에서 출발해 43호 신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든 신약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신약의 성장 과정과 주요 성공·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와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신약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신약 허가는 개발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허가가 곧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허가를 받은 뒤에도 기존 치료제와 경쟁해야 하고, 더 나은 효능이나 편의성을 앞세운 후발 약물의 등장에도 대응해야 한다. 시장 규모가 충분하지 않거나 약가와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제품을 계속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43개 국산 신약 가운데 11개 제품은 개발이나 생산·판매가 중단되면서 자진 허가 취하 또는 허가가 취소돼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허가 취소는 보건당국이 품목의 허가를 취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진 취하는 제약사가 더 이상 해당 품목의 허가를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해 스스로 허가를 철회하는 경우를 말한다.후속 임상·개발 부담에 발목

먼저 조건부 허가 이후 후속 임상을 완료하지 못하거나 개발을 중단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들이 있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2상 결과 등을 바탕으로 우선 허가한 뒤, 허가 이후 임상 3상 등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하는 제도다.

국산 신약 7호인 HK이노엔(옛 CJ제일제당)의 '슈도박신'은 중증 화상환자의 녹농균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2003년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 참여자를 확보하지 못해 임상을 중단했고, 2009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제약사가 스스로 허가를 포기한 셈이다.

동화약품의 국산 신약 3호 간암 치료제 '밀리칸'은 후속 임상을 진행하는 도중 시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2012년 개발을 중단했다.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는 2014년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후속 임상 결과를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해 2020년 허가가 취소됐다.

한미약품의 항암제인 '올리타'는 후속 임상 부담에 경쟁 환경 변화까지 겹쳤다. 2016년 조건부 허가를 받은 올리타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사업성이 낮아졌다. 이에 한미약품은 추가 임상에 필요한 비용과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2018년 개발을 중단했다.

국산 신약 개발·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사례 /그래픽=비즈워치

허가를 받은 뒤에도 추가 임상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예상한 시장 규모나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추가 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밖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는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실제 성분이 다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2019년 허가 취소와 함께 국산 신약 지위를 잃었다.
약가·수요도 시장 생존 좌우

허가 이후 약가와 시장 규모, 경쟁 환경 등에 따라 기대만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한 품목도 있다. 의약품은 허가를 유지하는 동안 생산·판매 실적 등을 보고해야 하는 등 관리 의무가 따르는 만큼, 국내에서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경우 제약사가 허가를 자진 취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기술수출까지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약가가 발목을 잡았다. 경쟁약물의 약가 인하 영향으로 예상보다 낮은 약가가 책정되면서 원가 대비 수익성이 떨어졌고, 국내 출시로 이어지지 못했다. 동아에스티는 2020년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선플라주'와 17호인 JW중외제약의 '제피드정'은 시장 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선플라주는 1999년 위암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출시 2년 차 매출이 약 30억원에 그치는 등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다 10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고, 제피드정은 2011년 발기부전 치료제로 출시됐지만 기존 치료제와의 경쟁 속에서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2022년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관련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들 품목처럼 신약으로서 차별성을 인정받더라도 허가 이후 시장에서 충분한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생산과 공급을 지속하기 어렵다. 특히 새로운 경쟁 제품이 등장하거나 치료 환경이 바뀌면서 기존 신약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실패도 경험, R&D 역량 키우는 신약 도전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해당 신약 개발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산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임상·허가 경험과 연구개발 역량은 후속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선플라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 신약 13호 '엠빅스' 등 후속 신약 개발을 이어가는 한편, 합성신약에서 천연물·바이오 분야로 연구개발 영역을 넓히며 신약 개발 역량을 쌓아왔다. 한미약품 역시 '올리타' 개발이 중단된 이후에도 혁신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경험과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업계에서는 개별 신약의 성패를 넘어,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경험을 후속 파이프라인에 축적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국내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모든 신약 후보물질이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 과정에서 쌓이는 임상과 상업화 경험은 후속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신약 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더 많아지고 R&D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다양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신약 개발 역량도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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