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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③연매출 1000억 넘긴 히트작, 블록버스터 되려면?

  • 2026.08.28(금) 07:50

제품군·적응증 확장·글로벌 협업, 전략 제각각
내수 시장 한계…글로벌 블록버스터 성장 과제

국산 신약은 1호 신약에서 출발해 43호 신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든 신약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신약의 성장 과정과 주요 성공·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와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00억원만 넘어도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형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달러(약 2759조원)에 달한 반면, 국내 시장은 약 31조7000억원이다. 글로벌 시장의 1.2% 수준에 그친다.

시장 자체가 작은 만큼 국내에서 신약 하나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1999년 첫 국산 신약이 등장한 이후 허가 품목은 43개까지 늘었지만, 이 가운데 연매출 1000억원대를 넘긴 대형 품목은 손에 꼽힌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약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제품군 확장·차별화·글로벌 협업 전략

'제미글로'는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최초의 당뇨병 신약으로, 2012년 허가를 받았다. 이후 처방 영역을 넓히며 2019년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2022년 기준 16.7%로, 성인 6명 중 1명꼴이다. 제미글로는 이처럼 환자가 많은 당뇨병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여러 약제를 병용하는 치료 수요에 맞춰 제미메트·제미다파·제미로우 등 복합제와 후속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그 결과 제미글로 제품군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1597억원을 기록했다. 

제미글로가 내수 시장에서 제품군을 확장하며 성장했다면, '케이캡'은 기존 치료제와 다른 약물 특성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케이캡은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주류였던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와 다른 P-CAB 계열 신약으로, 빠른 약효 발현과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2025년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국산 신약 /그래픽=비즈워치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위궤양·헬리코박터 제균요법 등으로 적응증(사용 범위)을 확대하고 제형을 다양화하는 한편, 55개국과 기술수출·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제품 및 시장 확장에 힘입어 케이캡은 출시 3년 차인 2021년 판매실적은 1107억원을 기록하며 대형 품목으로 올라섰다. 이후 △2022년 1321억원 △2023년 1582억원 △2024년 1969억원 △2025년 2179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한 이후 글로벌 임상과 허가, 상업화를 협력해 진행했으며, 2024년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일본·중국·캐나다 등 주요 시장으로 진출했다.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해외 판매에 따른 유한양행의 수익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렉라자 관련 마일스톤으로 6000만달러(약 830억원)를 확보했으며, 글로벌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약 100억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회성 수익인 마일스톤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매출 996억원에 해외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더하면 지난해 렉라자 관련 수익은 1000억원을 넘어선다.

렉라자 사례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상업화 역량과 결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국내 제품 매출뿐 아니라 기술료와 해외 판매에 따른 로열티까지 수익원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진정한 '블록버스터'로 성장하려면

이들 국산 신약은 허가 이후 적응증·제형·제품군을 확대하고 처방 범위를 넓히면서 국내 시장에서 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국내에서의 성공만으로는 추가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국산 신약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판매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렉라자 역시 얀센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가 확대되고 있지만, 해외 판매 매출이 유한양행에 직접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 마일스톤과 로열티 형태로 일부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렉라자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급으로 성공한 사례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결국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 해외 시장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규모 매출을 창출하느냐가 국산 신약의 다음 과제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해외 허가를 획득하거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료·로열티 수익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독자적인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진정한 블록버스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매출을 창출한 성공 사례는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과 사업화 역량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산업 전반의 투자와 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해외 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이어진다면, 국산 신약의 성공이 새로운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김진선 국가신약개발재단 대외협력팀장은 "국산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글로벌 임상과 허가, 사업화까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우수한 연구역량과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개발 경험도 꾸준히 축적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국내에서 시작된 혁신신약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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