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의약품 배송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병원과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의 의료·의약품 접근성을 높여 비대면진료 이용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활성화될 경우 처방 의약품 수요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제약업계도 시장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전면적인 약 배송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함께 의약품 배송 허용 대상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배송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대상에 한정돼 있다.
약 배송 확대, 의료 접근성 개선 기대
약 배송 확대가 현실화되면 비대면진료의 이용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은 뒤 처방약을 받기 위해 다시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무시간 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하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외출이 쉽지 않은 부모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병원 진료를 위해 반차나 연차를 사용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약국을 잇따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면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으로 진료를 미뤘던 환자들도 보다 편리하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수령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이동에 제약이 있는 환자에게도 약 배송 확대에 따른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취약계층에 한정된 약 배송이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되면, 특정 환자에 국한됐던 의약품 배송의 혜택이 일반 환자까지 넓어지게 된다.
해외에서도 비대면진료 확대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진 대면 원칙을 완화하고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을 확대했다. 미국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고 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제약업계, 처방 증가 주목
시간적·물리적 제약으로 진료를 미뤘던 환자들의 의료 이용이 늘어나면 비대면진료 건수와 처방 건수, 의약품 수요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제약업계도 약 배송 확대를 계기로 비대면진료 이용이 실제 처방 증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진료 이용은 피부질환과 감기·비염 등 경증질환부터 탈모,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2024년 발표한 비대면진료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여드름·아토피·발진 등 피부질환이 전체 이용 질환의 22%로 가장 많았으며, 감기·몸살·비염 등 경증 급여 진료가 16%, 탈모 12%,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10%로 뒤를 이었다. 당시 이용자들은 자택에서 처방약을 받을 수 없는 점을 주요 불편사항으로 꼽은 바 있다.
이처럼 비대면진료가 다양한 질환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약 배송까지 허용되면 진료부터 처방약 수령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져 이용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병원이나 약국 방문이 어려워 진료를 미뤘던 환자들의 이용이 늘어나면 비대면진료 건수와 처방 건수, 의약품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확대되면 병원이나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져 처방 의약품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수요 변화는 제도 시행 이후 비대면진료 이용 규모와 질환별 처방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단체 반발…오남용·안전관리 우려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계는 약 배송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진료와 처방약 수령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질 경우 불필요한 처방이나 의약품 오남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약사회는 특히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처방이 이뤄질 가능성과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을 관리하기 어려운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에 약 배송 확대에 앞서 비대면진료부터 처방·배송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배송 확대를 둘러싼 보건의료계의 반발이 극심한 만큼 정부가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관리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고 관련 단체들을 설득하느냐가 향후 제도화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 배송이 실제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환자 편의성뿐 아니라 처방·조제·배송 과정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리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