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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휴온스·랩 합병 철회…매수청구권 어땠길래

  • 2026.09.02(수) 12:30

최대 2200억 매수청구권…재무 부담 커져
휴온스랩, 운영자금·RCPS 회수 방안 숙제

휴온스글로벌이 석 달 넘게 추진해온 자회사 휴온스와 휴온스랩 간 합병을 철회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입니다. 회사는 주주 반발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부담,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이 뭐고 얼마나 회사에 부담을 주길래 합병을 무산시킨 걸까요. 이번 합병이 철회되기까지 어떤 셈법이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매수청구권, 최대 2200억원…줄줄이 행사 부담

이번 합병은 비상장사 휴온스랩을 상장사 휴온스가 흡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복병이 있었는데요. 바로 휴온스 주주들에 쥐어진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과 같은 회사의 중대한 결정에 주주가 반대한다면, 주주는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회사에 '내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상법상 보호장치인데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 주식매수 예정가격입니다. 보통 결정일 이전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해 산출하는데요. 만약 합병 공시 전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가 합병 과정에서 주가가 내려앉으면, 주주들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싶어집니다.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일이 휴온스 합병 때에 벌어집니다. 휴온스가 지난 5월 합병 결정을 공시하며 밝힌 예정가격은 주당 3만3000원. 주주들은 합병에 동의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수도, 반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합병을 추진하는 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철회 발표 전날인 지난달 25일 종가는 2만4850원. 이렇게 되면 일반 주주들은 청구권을 행사해 주가 보다 32% 높은 3만2886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합병 결의 당시 매수청구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합병 진행을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회사가 책정한 한도는 300억원입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7.6% 가량인 약 91만2000주만 행사하면 도달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휴온스글로벌 보유분과 자사주를 뺀 나머지 약 677만주가 모두 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금액은 2227억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매수청구권을 받아줘야하는 휴온스의 곳간 사정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6월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429억원. 반면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은 약 902억원에 달했습니다. 청구액이 기준선인 300억원에 그쳐도 현금성자산의 70%가량이 빠져나가고, 이를 크게 웃돌면 영업과 투자 자금까지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재무 부담과 함께 '주주가치 보호'도 철회 이유로 들었는데,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반대 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할수록 회사 곳간은 비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휴온스에 남은 주주들의 몫이 되기에 이 합병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죠.합병 철회 이후…휴온스그룹에 남은 고민

그동안 회사가 합병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근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휴온스그룹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전통 제약사 휴온스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가능해지고, 자본잠식 상태인 바이오기업 휴온스랩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먼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 7월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인증 기준을 따져보면, 이 인증은 합병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복지부가 기준을 7%로 높이는 방안을 3년간 유예하면서, 당분간은 종전 '5% 기준'만 맞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휴온스는 합병 없이도 이 인증 요건을 이미 충족하고 있습니다. 휴온스의 연구개발비 비율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2023년부터 3년간 6%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합병이 성사됐더라도 인증에 보탬이 되긴 어려웠습니다. 심사가 신청기업의 '확정된 직전 3개 사업연도 별도 실적'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휴온스랩의 연구개발비를 끌어와 휴온스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휴온스랩이 받은 불어난 청구서

문제는 휴온스랩입니다. 합병 철회로 청구서가 불어났습니다. 당장의 운영자금도 문제지만, 지난해 유치한 투자자들의 회수 통로까지 새로 마련해줘야되기 때문이죠.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에 따르면 휴온스랩은 올해 말까지 약 100억원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1억원에 못 미친 반면 영업손실은 102억원에 달해, 내부 곳간 사정이 빠듯합니다.

그동안 모회사의 유상증자 참여로 자금을 조달해 오던 휴온스랩은, 지난해 4월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81만7617주를 발행해 약 92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합병 무산으로 이 투자자들의 회수 방안도 다시 짜야 합니다. 합병이 성사됐다면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한 뒤 상장사인 휴온스 주식을 받아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상 RCPS에는 상환권, 즉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습니다. 투자자가 이 권리를 행사하면 휴온스랩은 물론 모회사 휴온스글로벌도 일정 부분 갚을 책임을 집니다. 결국 휴온스글로벌은 당장은 휴온스랩의 추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합병을 대신할 투자자 회수 방안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휴온스랩의 자금조달과 관련해 경영계획을 수정하고 있으며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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