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 자금 일부가 제약·바이오 분야에 흘러들면서 수혜를 받은 기업들의 면면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조성한 자금인만큼 선정 기준으로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따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받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산업 육성과 함께 자금 회수 안정성을 고려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 눈에 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넉달간 국민성장펀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제약·바이오 기업은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 SK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경보제약 등 4곳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의 정책펀드다. 민간과 공공이 재원을 절반씩 부담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인프라 투자·융자, 초저리대출 등의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한다. 바이오·백신 분야에 배정된 자금은 5년간 총 11조6000억원이다.
저리대출 3곳 모두 생산시설 투자…지역 고용효과 기대
저리대출 대상으로 선정된 비티젠·SK바이오사이언스·경보제약은 모두 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거나 늘리는 데 자금을 활용한다. 비티젠은 850억원의 저리대출을 활용해 인천 송도 제1공장을 증설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상업화와 경북 안동 백신 생산공장 증설을 위해 3000억원의 저리대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백신 개발부터 상업 생산을 위한 시설 확충까지 지원받는 구조다.
경보제약은 200억원의 저리대출을 충남 아산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 신설에 투입한다. 총 960억원 규모의 사업에 정책자금을 확보하면서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초기 지원 대상에 의약품 제조 기업이 다수 포함된 데 정책펀드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따져야 하는 만큼, 신약개발에 비해 수익 전망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생산시설 투자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다.
생산시설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세 기업의 투자 지역 가운데 인천 송도를 제외한 경북 안동과 충남 아산은 비수도권이다. 공장을 짓거나 늘리면 설비 운영과 품질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협력업체에도 일감을 제공할 수 있다.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고용 창출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자금력 갖춘 최대주주…투자금 회수 '안전판'
선정 기업 4곳 모두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최대주주를 뒀다는 공통점도 있다. 비티젠은 동아쏘시오홀딩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 경보제약은 종근당홀딩스,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 계열 팬오리온이 최대주주다.
최대주주의 자금력은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때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투자비가 예상보다 늘거나 상업화 일정이 늦어져도 증자에 참여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어서다. 외부 투자 유치에 의존하는 독립 바이오벤처보다 자금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신약개발 중심 기업인 리가켐바이오가 직접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에도 재무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4년 오리온그룹에 인수되면서 장기간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재무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투자에도 최대주주가 참여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500억원을, 최대주주와 국내 기관투자자가 나머지 2500억원을 공급해 총 5000억원을 조성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신약개발 자금을 대고 투자 위험을 나누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은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고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대규모 집중 투자가 쉽지 않다"며 "정부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금창출력을 갖춘 최대주주가 있는 기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