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결론이 임박하면서 수천억원 규모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근당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도인지장애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가운데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과 심사를 거쳐 적응증(치료 용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상재평가 결과 해당 적응증이 삭제되면 앞으로 관련 질환에 대한 처방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제약사들은 수년간 누적된 급여 처방액의 일부를 환수해야 해 상당한 재무 부담도 예상된다. 적응증이 삭제된다는 건 해당 약물이 특정 질환에 대해 치료 효과나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해 허가사항의 효능·효과에서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근당·대웅바이오, 57개 제약사 임상재평가 주도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르면 올 하반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유지 또는 삭제(제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6월 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인 '글리아티린'의 임상재평가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기억과 학습 등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합성을 촉진하는 성분이다.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뇌혈관 질환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와 퇴행성 뇌질환 등에 처방돼 왔다.
그러나 과거 임상자료를 근거로 허가된 이후 관련 연구와 임상 근거가 축적되면서 기존 효능·효과의 유효성을 다시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 보유 제약사에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이후 제약사들이 임상재평가에 착수했다.
당시 57개 제약사가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아 재평가에 참여했다.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임상재평가를 공동 주관했으며, 종근당은 퇴행성 및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대웅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임상을 각각 주도해 주요 적응증의 유효성 입증에 나섰다.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유지 여부 촉각
현재 식약처가 먼저 심사하고 있는 것은 종근당이 제출한 경도인지장애 임상 결과다. 종근당의 결과에 따라 해당 적응증의 유지 또는 삭제 여부가 결정되며, 대웅바이오의 알츠하이머 관련 임상 결과와 적응증 심사는 내년에 이어질 예정이다.
종근당이 진행한 퇴행성·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에서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평가변수가 사전에 설정한 통계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상시험 계획과 복약 기준을 준수한 환자군 등 일부 분석에서는 인지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가 이번 임상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적응증 유지 여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전체 임상 결과만 놓고 보면 해당 적응증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종근당은 일부 환자군에서 확인된 인지기능 개선 결과를 근거로 적응증 유지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은 식약처의 전문가 자문과 심사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종근당의 결과가 경도인지장애 적응증의 향방을 가른다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치매 적응증에 대한 임상 결과가 남아 있다. 대웅바이오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임상 결과 제출 일정은 내년 말로 잡혀 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의 적응증 유지 여부 판단은 2028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적응증 삭제 시 수년치 처방액 20% 환수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큰 데다 결과에 따른 제약사들의 재무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제약사들은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일부터 해당 적응증의 건강보험 급여가 삭제되는 날까지 발생한 급여 처방액의 20%를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해야 한다.
임상재평가에서 기존 허가 적응증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적응증이 삭제되면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상재평가 실패에 대비해 급여가 유지된 기간의 처방액 일부를 환수하도록 했고, 이후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환수 비율을 20%로 정한 바 있다.
이 같은 환수 부담에 대비해 종근당은 글리아티린의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환불부채로 미리 인식하고 있다. 환불부채는 향후 제품 판매와 관련해 반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회계상 부채로 반영한 것이다.
종근당은 환수 예상액을 지급 시점에 따라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임상재평가 결론이 임박한 만큼 그동안 장기 지급이 예상돼 비유동부채로 분류했던 환수 예상액 중 1년 이내 지급 가능성이 높아진 금액은 유동부채로 재분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글리아티린과 관련해 인식한 환불부채는 유동·비유동부채를 합쳐 1000억원대에 이른다.
이 같은 환수 부담을 둘러싸고 일부 제약사는 지난해 환수협상 계약의 법적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청구가 기각된 이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향후 식약처가 적응증 삭제를 결정할 경우 추가적인 법적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응증이 삭제되면 해당 질환에 대한 처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제품의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데다, 수년간 누적된 처방액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만큼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를 비롯해 동일 성분을 판매하는 수십개 제약사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응증을 허가하고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해 정상적으로 처방돼 온 의약품인데, 임상재평가에서 적응증이 삭제된다는 이유로 과거 처방액을 제약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시 허가와 급여 기준에 따라 이뤄진 처방 비용까지 사후적으로 제약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