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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대규모 유증 삼성바이오…주주 볼멘소리 나올만

  • 2026.09.23(수) 07:40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①
당초 보유자금·차입 활용하려다 방향 바꿔
쾌속 성장에 곳간 넉넉…'차입도 감당 가능'

[편집자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인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회사는 차입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가 증자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 주주들의 이목이 모일 수 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 추진을 바라보는 시장과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2조7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폴리펩타이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항체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을 사들이면서 비만·당뇨 의약품 분야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로직스가 어떤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느냐가 관심이었다. 회사는 보유 자금과 차입금을 우선 활용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한달만인 지난 8월 전략이 바뀌었다. 인수 자금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회사는 4년 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및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해 3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회사는 대규모 투자 사이클을 지나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 매출은 지난 2022년 3조원에서 3년이 지난 2025년 4조5600억원으로 1.5배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이 기간 98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재무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현금 여력이 커져 회사 곳간 사정도 넉넉해졌다. 굳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증시에서 자금을 모으냐는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이익이 늘어난 만큼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회사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는 동안에도 주주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무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주주에게 부담을 지우는 증자 대신, 넉넉한 현금 여력을 고려하면 차입을 택하거나 증자와 차입을 섞는 편이 주주를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회사 "차입 부담돼"…신평사 평가 달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로 방향을 튼 이유로 차입 비용 부담과 재무 여력을 들었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고, 부채비율도 현재 50%대에서 80%대까지 오르는 점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차입을 감당할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7월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차입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차입에 따른 재무지표 악화에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3조원 가량을 전액 차입을 택하더라도 들어올 현금을 고려하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근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 대금 대부분을 차입한다고 가정하면 총차입금이 약 4조1000억원으로 늘고 부채비율도 51.4%에서 96%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연평균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고려하면 늘어난 차입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사 사례로 거론되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과 비교해도 재무 여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대규모 투자 자금을 차입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수주 경쟁력과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증자를 택했다. 다만 당시 연결 부채비율은 281%로 삼성바이오로직스(51%)보다 크게 높았다.

부채 절반 '착한 부채'…현금 창출력 뒷받침

부채의 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절반가량이 이자를 물지 않는 '착한 부채'다. 상반기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부채는 4조2907억원이다. 이 가운데 선수금과 계약부채가 2조99억원으로 47%를 차지한다. 고객에게 대금을 미리 받고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회계상 부채로 잡힌 금액이다. 이자를 부담하는 차입금과 달리 앞으로 수행할 '일감'에 가까워 수주 산업에서는 '착한 부채'로 불린다.

부채가 적더라도 앞으로 벌어들일 돈이 부족하다면 차입이 부담될테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창출력은 양호해 보인다. 증권사들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가늠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8년까지 매년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반기 말 기준 약 2조2000억원의 보유 현금도 재무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현금 여력과 부채의 양·질, 예상 수익 어느 쪽을 봐도 차입을 못 할 재무 상태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채비율이 낮은 데다 선수금이 많아 재무구조가 상당히 좋다"며 "회사채 금리가 오른 것은 맞지만 차입 비용 부담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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