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진단키트 사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실적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진단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존 매출 기반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기업마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있지만 아직 과거 매출 공백을 메울 만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씨젠은 비코로나 진단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엔데믹 이후 활로를 찾은 사례로 주목된다. 기존 기술과 사업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진단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키워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젠큐릭스, 주력사업 영업정지 기반 '흔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젠큐릭스다. 젠큐릭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사업을 확대했던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진단사업의 성장세가 꺾이자 유방암 예후검사 '진스웰 BCT'를 중심으로 암 진단사업을 키우며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진스웰 BCT 국내 검사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진단사업의 공백을 메우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젠큐릭스는 지난 15일부터 진스웰 BCT 국내 검사 서비스 사업의 영업이 정지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진스웰 BCT가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통보되면서 혁신의료기술 실시기간이 종료되고 국내 검사 서비스가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진스웰 BCT는 젠큐릭스의 핵심 매출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약 78%를 차지했다. 진스웰 BCT 국내 검사 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영업정지가 장기화하면 단순한 실적 감소를 넘어 회사의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젠큐릭스는 이에 대응해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신청, 평가 결과 통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내 검사 서비스를 지속하거나 조기에 재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진스웰 BCT의 영업정지는 매출 감소를 넘어 상장 유지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주된 영업이 정지되면서 코스닥 상장규정상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젠큐릭스는 코로나19 진단사업 이후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키워온 진스웰 BCT의 영업 재개 여부와 함께 상장 유지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휴마시스·진시스템 신사업 불구 실적 회복 난항
젠큐릭스뿐 아니라 코로나19 진단사업으로 팬데믹 기간 호실적을 기록했던 기업들도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급감한 이후 실적 공백을 메울 새로운 수익원을 활발하게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휴마시스는 2024년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빌리언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의약품 사업으로 외연을 넓혔고 현장진단 분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 진단뿐 아니라 임신·난임, 종양표지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에도 실적 부진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등을 앞세워 2022년 4675억원까지 늘었던 매출은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급감한 이후 2023년 137억원, 2024년 73억원, 2025년 47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진시스템도 신속 현장분자진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감염병 진단에서 반려동물 진단, 식품안전검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2025년 매출은 3억원으로 전년 보다 약 7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97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면역진단과 현장진단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온 진단기업으로, 코로나19 확산 당시 신속항원검사와 분자진단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면서 코로나19 진단사업을 빠르게 키웠다. 이후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감소하자 기존 진단사업을 기반으로 비코로나 진단제품과 신제품을 확대하고 해외 사업을 강화하며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사업 확대를 위해 2022년 인수한 미국 체외진단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가 오히려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당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리디안 지분 60%와 40%를 각각 인수했으며, 인수 금액은 약 15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이후 메리디안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무형자산 상각과 손상차손 등이 반영되면서 수익성 회복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106억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10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씨젠, 비코로나 흑전…새 수익원 안착 여부가 관건
반면 씨젠은 코로나19 이후 비코로나 진단사업을 확대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씨젠은 기존에 보유한 호흡기·소화기·성매개감염병(STI)·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비코로나 분자진단 제품을 기반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글로벌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25년 매출은 4742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씨젠의 사례는 코로나19 진단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비코로나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실제 매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엔데믹 이후 사업 전환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씨젠 역시 코로나19 진단사업이 정점을 찍었던 당시 수준의 매출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다른 진단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기존 매출 기반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비코로나 사업을 키워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특수와 같은 일회성 성장세를 재현하기는 어렵더라도, 새로운 진단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엔데믹 이후 진단기업들의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