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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연 약배송 시장…5년 만에 판 바뀌었다

  • 2026.09.28(월) 10:30

비대면 경험이 수요·플랫폼 키워
확대 논의 초기부터 약사단체 반발
"안전·편의보다 이해관계 조정 관건"

약 배송을 둘러싼 갈등의 뿌리는 산업 지형의 변화에 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이 시장을 만들었다. 집에서 진료받고 약을 받아본 환자들에게 비대면 의료라는 수요가 생겼고, 닥터나우 같은 플랫폼이 이 수요를 파고들었다. 2023년 약 배송이 다시 막힌 뒤에도 이들은 진료·처방 중개로 몸집을 불렸다. 그사이 판이 바뀌었다. 동네 약국이 지역 상권을 나눠 갖던 시장에, 전국을 무대로 하는 플랫폼이 새 경쟁자로 들어선 것이다. 약 배송 확대를 두고 약사와 플랫폼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유다.

임시 허용에서 정식 제도로…5년의 궤적

비대면 의약품 배송의 시작은 감염병 대응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속에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 격리된 환자에게 약을 전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팬데믹이 잦아들자 배송은 다시 막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에 맞춰 2023년 6월 한시 허용을 종료하고,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재택수령 대상은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좁혔다. 이때부터 접근성을 앞세운 플랫폼 업계와 안전관리를 강조하는 약사사회가 맞섰다. 현재의 대립 구도가 이 무렵 자리 잡았다.

비대면진료 자체는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정식 제도가 됐다. 지난해 12월 이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약 배송만큼은 여전히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제1·2급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에게만 허용된다. 아직 빗장을 걸어둔 셈이다. 전면 허용은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단계다.

배송 막힌 새에도 존재감 키운 플랫폼

배송은 막혔지만 플랫폼은 성장했다. 환자들의 비대면 의료 수요가 이어진 덕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닥터나우'를 비롯한 중개 플랫폼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배송이 막힌 뒤에도 진료·처방 중개와 병원·약국 비교 검색 기능을 발판으로 몸집을 키웠다. 원격으로 진료와 처방이 이뤄지는 동안, 환자를 병원과 약국으로 잇는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 1위 닥터나우의 올해 상반기 진료 건수는 145만건으로, 1년 새 117% 늘었다. 지난해 이 회사를 통해 처방약을 조제한 약국은 전국 2만3930곳, 국내 약국 10곳 중 9곳이 비대면 처방에 발을 들인 셈이다. 누적 투자도 600억원을 넘어섰다.

성장의 바탕에는 환자 수요가 있었다. 한시 허용 기간에 편의를 경험한 이들이 배송을 원하기 시작하면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조사한 결과, 87.5%가 약 배송 허용에 찬성했고 88.5%는 허용되면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시장은 있지만…제도는 아직

시장은 이미 커졌지만 제도 논의는 초기 단계다. 현행 입법은 일부 환자에 대한 제한적 허용만 담았고, 전면 확대 논의는 이제 시작됐다. 그런데도 약사단체의 반발은 초입부터 거세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20일 광화문에서 1만여명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열었고, 민관협의체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반발이 표면화한 계기는 지난달 20일이었다. 이날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막는 법이다. 같은 날 정부는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배송을 넓히는 확대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안이 한 날에 겹치자 약사회는 이를 절충안으로 받아들였다. 도매업 진출을 막아 안전장치를 둔 대신, 약 배송 확대는 수용해달라는 뜻으로 읽은 것이다.

전선도 넓어지고 있다. 정부와 약사단체의 대립에 환자·소비자단체와 플랫폼까지 가세하며 다자 구도로 번졌다. 대한약사회는 제한적 배송을 먼저 시행하고 평가하는 것이 순서라며 확대에 반대한다. 대면 복약지도 없는 배송이 오·남용과 변질 위험을 키운다는 안전 우려에, 민간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 지역약국이 위축된다는 위기감이 겹쳐 있다.

반면 환자·소비자단체는 진료부터 약 수령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베송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플랫폼 업계는 지역약국 중심의 배송체계와 안전기준을 함께 설계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첨예하게 갈린 이해관계를 정부가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안전성이 쟁점이지만, 아이스크림도 녹지 않게 배달하는 세상에서 안전 공정을 거쳐 만든 의약품을 배송하는 게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약 배송은 안전성이냐 접근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약사단체와 플랫폼 기업의 이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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