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의 투여로 장기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글로벌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AAV 기술을 확보했지만 임상 실패와 안전성 문제 등으로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하거나 전략을 수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AAV 기반 신약개발과 관련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임상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에 규제 대응과 투자유치 부담까지 겹치면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AAV 개발 잇단 중단·전략 수정
일본 아스텔라스는 지난 4월 AAV 기반 희귀 유전성 근육질환 치료제 'AT132(레사미리진 빌파르보벡)'의 개발을 중단하고 차세대 후보물질인 'ASP2957'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AT132는 임상 과정에서 간부전으로 인한 환자 사망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전성 문제를 겪었다. 아스텔라스는 기존 후보물질보다 근육 전달 효율을 높이고 간 노출을 줄인 차세대 AAV 기술을 ASP2957에 적용했다.
AAV의 안전성 문제는 지난해 사렙타 테라퓨틱스 사례에서도 부각됐다. 사렙타의 AAVrh74 기반 유전자치료제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인한 환자 사망 3건이 발생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7월 뒤센근이영양증(DMD) 치료제 '엘레비디스'의 출하 중단을 요청하고 관련 임상시험을 보류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5월 유전자치료제의 전달 수단으로 AAV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중단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며, AAV 이외의 기술을 활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은 이어갈 계획이다.
고용량 안전성부터 재투여·생산까지…AAV 개발의 난제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이 AAV 관련 개발 전략을 수정하는 배경에는 AAV 유전자치료제의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AAV는 치료 유전자를 전달한 뒤 장기간 발현시킬 수 있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투여량을 늘릴 경우 면역반응이나 간독성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신 투여가 필요한 질환은 온몸의 표적 조직에 충분한 양의 치료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벡터가 필요할 수 있어 적정 투여량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투여가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AAV 벡터에 대한 중화항체가 형성되면 같은 벡터를 이용한 추가 투여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AAV에 탑재할 수 있는 유전자의 크기에도 한계가 있어 적용할 수 있는 질환과 치료 유전자가 제한된다는 점 역시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
생산 과정도 상업화를 위해 넘어야 할 부분이다. AAV 유전자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를 대량으로 생산한 뒤 정제와 품질관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생산 수율을 높이고 제조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합성의약품이나 항체의약품보다 제조공정이 복잡한 만큼 실제 제품으로 개발한 이후에는 생산 효율과 제조원가가 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선 임상개발 지속…차세대 기술로 돌파구 모색
국내에서는 엘리시젠이 AAV 기반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NG101'의 임상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임상 1/2a상을 마무리하고 2027년 1분기에는 임상 2b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NG101은 망막하에 한 차례 투여해 장기간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신에 약물을 투여하는 대신 망막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적용해 필요한 AAV 투여량과 전신 노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약개발뿐 아니라 AAV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달체와 생산기술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AV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차세대 신약 연구개발 분야의 하나로 AAV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아바타테라퓨틱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 조직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합성 캡시드를 발굴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AAV의 조직 전달 효율과 표적성을 높여 투여량과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다만 국내 AAV 신약개발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임상 진입을 위한 비임상 안전성과 제조·품질 관련 자료 확보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데다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으로 개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잇따른 개발 전략 수정은 AAV의 기술적·경제적 장벽을 보여준다"면서 "국내에서도 안전성과 생산 효율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