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보였다. 합성고무 분야 세계 1위인 이 회사에 코로나는 예상보다도 강한 특수를 불러왔다.
방역 구호활동에 필수인 라텍스 장갑은 'NB라텍스(Nitrile Butadiene Latex)'라는 합성고무로 만들어지는데, 이게 금호석화의 주력제품이다. 금호석화는 연산 58만톤으로 세계 1위의 NB라텍스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조2255억원, 영업이익 1331억원, 순이익 1276억원의 실적이 잠정집계됐다고 8일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주면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7.2% 줄어들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이후인 바로 전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4% 늘고 영업이익은 무려 735.8% 급증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 평균인 약 940억원을 40% 넘게 뛰어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0.9%로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분기 순이익은 처음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중 1위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 사태 속에 지난 1분기 LG화학은 순익이 363억원에 그쳤고, 롯데케미칼은 90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체 매출의 38.3%를 차지한 합성고무 사업이 주역이었다. 매출은 4693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3%밖에 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가 침체되며 원재료인 부타디엔(BD)의 가격은 떨어졌고, 반대로 NB라텍스를 중심으로 주문이 늘면서 제품가격은 올라간 데다 원가가 높았던 재고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라텍스와 함께 장갑용으로도 쓰이는 니트릴부타디엔고무(nitrile-butadiene rubber, NBR)와 방수시트 등의 소재인 스타이렌부타디엔스타이렌(Styrene Butadiene Styrene, SBS)등도 전분기보다 수요가 늘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합성수지 부문은 매출은 285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4% 늘며 전체의 23.3%를 차지했다. 합성수지 역시 원재료인 스타이렌모노머(SM)와 BD의 가격이 하락해 사업 여건을 받쳤고, 각종 외장재로 쓰이는 생산제품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과 고충격폴리스틸렌(HIPS, High Impact Polystyrene)의 수요는 늘어 수익성이 확보됐다.
이밖에 페놀유도체는 매출 3467억원을 올리는 가운데 주요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겨 차이)가 확대됐다. 에너지도 스팀 판매량이 늘면서 판매단가도 올라 수익성이 개선됐다. 금호석화는 지난 2월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전자소재사업부문을 SK머티리얼즈로 4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금호석화는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까지 추세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예상이다. 금호석화 측은 "코로나로 인한 전방산업 가동률이 낮아지고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2분기에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모두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