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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신재생에너지 쓰면 전기요금 올라요?

  • 2021.03.08(월) 08: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10%→25% 상향…비용부담 증가
산업부 "전기요금 인상되지만 발전단가 빠르게 낮아져"
미국, 태양광·풍력 발전단가 전 세대 걸치면 가장 싸


최근 우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리기 위해 많은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역량은 돈입니다. 지난해 발표한 그린뉴딜의 최종목표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에만 6조원 가량의 예산이 쓰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신재생에너지는 한국의 지상과제입니다.

이런 돈 어디서 나올까요. 당연하게도 우리가 내는 세금과 전기요금이 그 토대입니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까요? 쉽게 말해서 전기요금이 오를까요?

# 높아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비율

먼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제도는 발전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입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란 발전 설비 용량이 500MW 이상인 발전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총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제입니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6곳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수자원공사, 그 밖의 민자발전사 등 총 23곳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자들이 먹을거리의 기반으로 삼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덕분에 활성화된 제도입니다. 모자란 의무공급량을 인증서를 사서 채우는 시장이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먹고 사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가 처음 생긴 2012년에는 국내 생산 전기 중 2%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매년 0.5~1.0%씩 의무공급 비율을 올려 오는 2023년에는 전체 전기의 10%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기준이 크게 상향됐습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따른 의무공급 비율을 10%에서 25%로 대폭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김성환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입니다.

처음 입법안은 아예 의무공급 비율을 없애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법률의 상한선을 지운 뒤 대통령령 등을 통해 의무공급량을 대폭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해 비용을 지출하는 한국전력공사의 부담이 너무 크고 전기요금 인상도 예상된다는 의견이 반영됐습니다.

# 전기요금 크게 오르진 않아…발전단가 내려가기 때문

맞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전기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긴 합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등 기존 발전방식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도 필요하며, 발전된 전기에 대해 전기가격과 인증서 가격이 따로 매겨지고 각자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결국 이 돈은 최종소비자의 부담이 됩니다. 각계에서 최근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 상향때문에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확대는 전기요금의 상승요인이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측의 설명입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의 전기 요금이 지난 2017년 대비 10.9% 오를 것이라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 확대라는 변수도 감안한 수치라고 합니다. 

의무공급 비율이 급격하게 올라도 기존 예상치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국회에 출석해 "2030년이면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지금보다 47~50% 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태양광·풍력 균등화발전원가 이미 원전·석탄보다 낮아

그동안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기존 에너지원보다 높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분명히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입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데이터(Our World in Data)는 발전방식에 따른 균등화발전원가(LCOE·Levelized Cost of Energy) 변화를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균등화발전원가란 해당 발전설비의 건설에서 폐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발전기간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과거부터 미래까지 전 세대가 전기를 쓰면서 부담해야 할 실제 비용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지난 2009년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원가가 1MWh(메가와트시)당 359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에는 40달러로 10년전보다 88%나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풍력 발전도 1MWh당 41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일단 미국 기준입니다. 우리와는 토지비용과 정책적인 지원금 수준이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점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자력에너지 발전의 균등화발전원가는 1MWh당 123달러에서 155달러로 올랐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은 111달러에서 109달러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이미 기존 발전방식의 균등화발전원가는 신재생에너지를 따라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당장 도입하는 데에는 발전설비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돈이 들어갈지 몰라도 결국에는 다른 에너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막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시작한 우리 세대는 당장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이후의 세대에게는 더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부담 자체도 그리 큰 수준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한 에너지에 대한 정당한 가격입니다. 아무 지출없이 환경을 보호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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