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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이 짐작한 '이동걸 플랜D'

  • 2021.12.10(금) 09:48

신상기 위원장 임기 마지막 인터뷰
"LNG선 매각 조건부승인, 인수철회 가능성"
"산은 이익만 취해…대우조선 공기업화해야"

최근 EU(유럽연합)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3년째 헛돌던 '조선 빅딜'의 마침표가 찍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결합 승인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관련기사: 산은, '조선 빅딜' 큰 그림 그렸지만…(12월10일)

'조선 빅딜'이 안갯속에 갇힌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이 매각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상기 대우조선해양 지회장을 지난 8일 전화 인터뷰했다. 이 날은 신 지회장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선 빅딜'을 두고 "플랜D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그는 "EU 측이 LNG 사업 일부 매각이라는 조건부승인을 내리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부터 듣고 싶다

▲ 첫번째는 매각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은 모든 과정이 철저하고 은밀하게 진행된 밀실 매각이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2019년1월)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었다. 적어도 매각하겠다고 하면 경영진, 노조 측과 이야기 한번쯤은 해야하지 않나. 그런데 이와 관련해 회사 측과 의논한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몰랐다고 한다. 이러니 '산은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갖다 바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산은의 매각 추진 논리는 간단했다.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빅2(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체제로 개편해 조선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조선업의 침체로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던 때로 그 주장이 일부분 맞을 수 있다.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 수요가 계속되면서 국내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빅3 체재를 유지하면서 서로 경쟁을 유도하는게 현재 조선업 발전 방향에 더 옳다.

두번째는 지역 경제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는 거제시에 위치해 있다. 배를 만들기 위한 기자재를 거제시 지역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업체만 1300여 곳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조선해양은 기자재 공급업체들이 사실상 100% 자회사화 돼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넘어가면 1300여곳에 달하는 기자재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 거제시가 직접 나서서 반대하는 이유다.  

고용문제도 노조 입장에선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모든 부문(상선, 특수선 등)이 100% 일치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경영 효율화 등의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거다. 구조조정 대상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다. 

- 매각 발표 이후에도 산은 측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는 얘기인가

▲ 그렇다. 한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산은 측에서 의논하자고 접촉한 적은 있다. 날짜도 잡았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산은 측이 약속을 취소했다. 그 이후엔 한번도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신상기 대우조선해양 지회장의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제공

-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직접 거제 조선소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신 지회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

▲ 노조가 준비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한 사안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보 측도 의견서를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고 이 후보 측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전면 재검토'에 찬성하겠단 입장을 밝힌 건 아니다. 아직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 같다. 

사실 이번 매각과 관련된 사안은 이 후보 측보단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건 알지만 이번 정권이 과감히 결단하고 끝맺음해야 한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일부 노조와 지역 시민 단체들의 무분별한 반대가 과연 무엇을 위한 반대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거친 표현일 순 있지만 이동걸 회장이 입을 좀 안 열었으면 좋겠다. 산은은 위기에 빠진 기업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익만 따지면 안된단 얘기다. 산은이 대한항공, 두산그룹, HMM 등 많은 국가 주요 산업 부분에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업이 정상화되는 부분이 있다. 근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이익만 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익만 따지다 보니 사측, 노측과 의논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조선업, 해운업, 항공업 등 분야는 국가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산업이다. 산은이 조선업을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로 기업 합병을 추진하려 하는데 오히려 개편 대상은 산은이다.

- 매각이 아니라면 노조가 원하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정상화 방법은 무엇인가

▲ 전체적인 방향성은 공기업화다. 물론 이런 주장이 매우 조심스러운건 사실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공기업에 가깝다. 현재 최대 주주는 산은으로 지분이 55%를 넘는다. 무조건 공기업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향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 2015년 이후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한 공적자금만 7조원이 넘어선다. 공기업화하면 반대하는 국민들도 많을 것 같다

▲ 현재 EU는 한국조선해양이 LNG 사업 일부를 매각하지 않으면 기업결합승인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확정적이진 않지만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EU 측이 LNG 사업 일부 매각이라는 조건부승인을 내리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회장의 '플랜D'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명분 하에 이미 모든 걸 다 이뤄낸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조선지주사도 설립했고 현대중공업 재상장도 했다. 언제든지 인수 철회를 선언할 수 있단 얘기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3년의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외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할 수도 없다. 중국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해 기술력만 빼간 뒤, 토사구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해외에 매각되면 결국 LNG선 기술만 다 뺏기고 빈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매각은 국내 조선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공기업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물론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산은의 지분을 낮출 필요도 있다. 공기업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나아가는 방향성을 추구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런 이야기를 심도있게 산은 측과 얘기해 보고 싶다. 그런데 산은이 대화 자체를 피하고 있다. 산은, 사측, 노측,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이 모여 의논하면 이런 해결 방안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오늘(8일)이 지회장으로서 임기 마지막 날로 알고 있다. 혹시 지회장이 바뀌면 현재 매각 반대에 대한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나

▲ 그럴일은 없다. 매각 철회 요구는 노조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기업 매각을 원천 무효화하고 다시 처음부터 진지하게 기업 정상화를 위해 의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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