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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퉁치기' 전략 뜯어보니

  • 2022.01.03(월) 07:50

'인터넷 기본원칙' 버리고 OCA 집중
'빌앤킵' 정산방식으로 재판부 설득
항소심 패소때 수천억 채무…요금 인상 불가피

새해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사용료' 법정 공방전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심 재판에서 SK브로드밴드에 패소한 넷플릭스는 트래픽 대폭 절감이 가능한 자체 구축 캐시서버를 강조하는 것으로 전략을 틀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넷플릭스 사용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넷플릭스가 만약 항소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에 밀려 망 사용료를 지불할 처지에 놓인다면 구독료 인상책을 꺼낼 가능성이 높아서다. 넷플릭스 트래픽의 4분의 1 수준을 발생시키는 네이버·카카오도 연간 700억원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과 견주어보면 넷플릭스의 누적 채무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송 2라운드, 핵심은 'OCA'

3일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오는 3월16일 오후 5시 항소심에 대한 1차 변론을 시작한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을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 측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으로 넷플릭스에게 맞대응을 했다.

1심에서 패소한 넷플릭스 측은 전략을 수정했다. 1심에서 넷플릭스는 직접 연결된 상위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는 '접송료'를 내더라도 간접 연결된 SK브로드밴드와 같은 하위 ISP에겐 '전송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연결을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하고, 전세계 어느 콘텐츠사업자(CP)도 전송료는 납부하지 않는다는 '인터넷 기본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2심에서 넷플릭스는 접속·전송 이원론을 거둬내고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에 집중한다. 오픈커넥트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한 캐시서버다. 넷플릭스는 세계 일부 ISP에 오픈커넥트를 제공하고 OCA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트래픽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국내 ISP에게 망 부담을 끼치지 않았다는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전략을 수정한 한 이유는 1심 소송에서 접속·전송 이원론이 재판부의 공감을 얻지 못한 탓이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 연결·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받고 있다"며 인터넷 망 접속과 전송을 '연결성' 개념으로 종합했다. 관련기사☞ 넷플릭스 망소송 2라운드…'덧셈' 없고 '뺄셈'만

OCA를 강조하며 넷플릭스가 항소이유서에 하위 근거로 삽입한 것이 '빌앤킵'(Bill and Keep) 정산방식이다. 빌앤킵이란 '상호무정산'으로 양사가 등가의 가치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댄다면 상호간 정산을 하지 말자는 개념이다. 넷플릭스 자사의 오픈커넥트로 절감되는 트래픽량이 상당한 상태이므로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비속어로 표현하면 트래픽 절감 효과와 망 사용료를 '퉁치자'는 셈이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넌센스'란 반응이다. 애초 빌앤킵 정산방식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ISP 상호간 정산방식이지, ISP와 넷플릭스 같은 CP의 거래에 적용할 방식이 아니란 지적이다. ISP와 CP는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와 수입의 단위가 다르다. 만약 빌앤킵 정산방식을 적용하더라도 OCA와 SK브로드밴드는 직접 연결된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지급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주장대로 OCA덕에 트래픽이 감소됐다면 감소분을 제외하고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 오픈커넥트를 설치하더라도 망 이용대 자체가 무료가 될 순 없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를 맡고 있는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OCA가 깔아준다는 건 SK브로드밴드 내부에 자기들의 서버를 가져다 놓는다는 것인데, 서버 들어오는 공간 사용료라던가 수반되는 전기료 등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디즈니플러스도 돈 내는데…

이번 소송에서 새롭게 등장한 '복병'도 있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제공자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지난 1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한 차례 법정 공방전을 마친 이후다.

넷플릭스와 달리 이들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1차적으로 CDN에게 이용료를 내고, 이 외부 CDN이 간접 연결된 국내 ISP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는 2심에서 SK브로드밴드 측 주요 변론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1심에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인터넷 기본원칙에 따라 하위 ISP에게 전송료를 지불하는 경우는 없다며 '망 사용료'란 개념 자체를 부인했다. 디즈니, 애플 등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글로벌 CP가 어떤 형식으로든 국내 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단 점은 이를 확실하게 반박할 만한 요소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 결과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요금 인상' 가능성 탓이다. 앞서 넷플릭스 고위 임원은 국내 간담회 등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CP들이 서버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 유치할 경우 비용이 높아지게 돼 소비자가 결국 피해를 본다'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신업계에도 이같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누적된 망 사용료 추정액 수준으로 실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납부할 경우 요금 인상은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작년 한 해 동안 사용료 추정액만 272억원에 이른다. 넷플릭스 트래픽의 4분의 1 수준을 발생시키는 네이버는 2019년 기준 연간 700억원대, 카카오는 300억원대 사용료를 ISP에 납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단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신섭 대표변호사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액수를 정하기 위해 (누적 망 사용료) 감정을 하려고 한다"며 "다음 변론 기일에 얘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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