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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특혜 오명에 걸린 ‘K-칩스법’…반도체업계 발동동

  • 2023.02.15(수) 17:17

여야 이견에 지지부진…불발 가능성 커져
“국가대항전으로 인식해야·중기 동반성장 측면도”

그래픽=비즈워치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이 또다시 좌절됐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재벌 특혜’가 아니냐는 정치권 공세에 발목이 잡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시설 투자세액 공제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인데 여야 간 견해차에 사실상 불발됐다. 

반도체업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를 홀로 맞닥뜨리고 있다. 주요 경쟁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업황 다지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빠른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국내 기업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가 조특법 개정안에 사활을 거는 까닭은 세액공제율을 높이면 세금으로 나갈 돈으로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반도체 공정의 관건인 ‘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살려야” vs “대기업 특혜”

15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K-칩스법의 한 축인 조특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기업·중견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올리자는 것이다.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상정해 조세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나 여야 이견 탓에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 여야는 이르면 이튿날인 오늘 조세소위 일정을 다시 잡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현재(오후 5시)까지 조세소위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사법위원회 일정까지 고려하면 기재위에서 이날까지 통과됐어야 했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여당과 야당 측 주장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반도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높이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고, 정부는 공제 비율을 더 높인 이번 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면 야당은 재벌 특혜 및 다른 산업군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취지엔 일부 공감하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혜택을 받는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재벌’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세액공제율 8%일 때 공제금액이 삼성전자 연 1조7000억원, SK하이닉스 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15%로 상향됐을 때 공제금액은 삼성전자 연 3조2000억원, SK하이닉스 약 8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대기업 특혜 감면 법안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중기 동반 성장·일자리 창출 등 ‘낙수효과’ 살펴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추이./그래픽=비즈워치

K-칩스법 입법화가 난항을 겪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속은 점차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업계 내에선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대항전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 지원이 상대적으로 초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기업 입장선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97% 급감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0여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봤다. 

주요 국가별 반도체 세제 및 보조금 혜택./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경쟁국들의 파격적인 지원책과는 차이가 크다.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과 일본, 대만 등 경쟁국들은 막대한 보조금과 인프라를 자국 반도체 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첨단반도체와 반도체 생산시설을 국가안보와 경제에 근간이 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다.

조특법 개정안을 통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반도체 제조공장 1기를 투자(약 40조원)할 때 5년간 나타날 생산유발과 고용유발 효과는 각각 200조원, 27만명에 달한다. 

전배근 한국반도체협회 정책지원본부 실장은 “대기업 설비투자의 약 20%는 국내 장비 중소·중견기업 매출로 직결된다”며 “현재 국내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이 자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특법 개정안은 재벌 특혜가 아닌 정부 지원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추진은 경제여건 악화로 위축된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효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과 대만의 세액공제율이 2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8%에 그쳐 최악의 경우 향후엔 반도체 공장을 모두 해외에 짓게 될 수도 있다”며 “청년층 취업률이 낮고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지 못했음이 주효하기에 미국이나 대만 수준 정도로 세액공제율을 올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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