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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IPO 시동' 두산로보틱스, 제 값 받을까

  • 2023.03.14(화) 07:00

특례 상장 방식 택해야 몸값 1조원 가능
'신주 발행+구주매출'로 IPO 추진할 듯

두산로보틱스가 급격히 얼어붙은 IPO(기업 공개) 시장에 대어(大漁)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 최근 두산로보틱스 상장 가능성에 대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긍정적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상장 시기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선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을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에서는 "시장 가치 1조원도 적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약 90%를 보유한 ㈜두산도 많은 매각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로보틱스, 어떤 회사?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됐습니다. 당시 사명은 'DRA' 였습니다. 지분은 ㈜두산의 특수목적법인(SPC)인 DIP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였죠. ㈜두산은 DIP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고요.

㈜두산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 것은 2017년입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DIP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의 완전 자회사가 됩니다. 사명을 두산로보틱스로 변경한 것도 이 때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로봇을 말합니다. 특히 인건비 증가와 노동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최근 협동로봇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은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가 적어 일찍부터 협동 로봇을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해왔다"며 "국내는 로봇에 대한 저항성도 있지만 거부감도 적어지고 기술도 상당 부분 올라와 협동 로봇의 도입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매년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해외 로봇 전시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중으로 유럽 법인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출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 9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 2022년 45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수익성은 아직입니다. 두산로보틱스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586억원입니다. 지난해 역시 적자가 예상됩니다. 업계에선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를 2024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에서 높은 성장과 유럽 시장 회복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48% 성장이 예상된다"며 "이후 2024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년 사이 몸값 두배로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임에도 불구 몸값은 계속 뛰고 있습니다. 그만큼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겠죠.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합니다. 두 투자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억원에 신주 44만1998주를 취득합니다. 이에 따라 ㈜두산의 지분율은 90.9%로 소폭 감소하게 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외부 투자자가 400억원을 들여 지분 10%를 확보했다는 것은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최소 4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2015년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7년 만에 기업 가치가 4000억원까지 치솟은 겁니다.

외부 투자를 받은 지 2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 가치는 1조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기업 가치가 '1조원은 보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5위 수준) 및 해외 레퍼런스 등을 감안하면 공모가 1조원은 상당히 보수적인 밸류"라며 "아직은 부정적인 IPO 시장의 투자 심리와 상장 후 안정적인 주가 관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장은 어떤 방식으로?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IPO를 위한 첫 단계를 마무리했다는 의미입니다. 상장 시기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예상됩니다. 상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입니다. 업계에선 두산로보틱스가 '특례상장'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례상장은 아직 이익 실현을 하지 못하는(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 상장할 때 주로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김 연구원은 "미래 추정 실적을 활용한 특례 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제 레인보우 로보틱스도 2021년 성장성 추천 트랙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아직 두산로보틱스가 영업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사실상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기 위해선) 특례 상장뿐"이라며 "만약 다른 일반적인 경우로 상장을 추진하면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아직 주관사 선정 절차만 마쳤을 뿐 구체적인 상장 방식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아직 상장에 대해 주관사를 선정했을 뿐 어떤 방식으로 상장이 이뤄질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다만 어떻게 하면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꼼꼼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모 구조도 관심입니다. 신주 발행은 확실해 보입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에 나서는 것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신주 발행을 통해 마련한 투자 자금은 두산로보틱스에게로 갑니다. 구주 매출도 동시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존 주주에게 투자금이 흘러갑니다. 앞서 400억원을 투자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이를 통해 차익을 남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산의 기존 주주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두산이 구주 매출로 차익을 남길 경우 그 이익을 기존 주주들과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 주주에 대한 배려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구주 매출 비율을 높여 ㈜두산 주주에게 특별 배당 형태로 지급하거나 상장 후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두산 주주에게 현물 배당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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