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의 출하 절벽에 직면한 국내 시멘트 업계가 중동발 원가 폭등과 화물차 안전운임제라는 구조적 제약까지 겹치며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내수 시장 붕괴로 실적 방어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치솟으며 원가 부담을 전방위로 끌어올린 결과다. 특히 유가 상승분이 운송 단가에 즉각 반영되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비용 관리 여력이 제한되면서 실적 악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가가 지핀 비용 불씨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일시멘트·쌍용C&E·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등 국내 시멘트 제조사들의 수익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는 물류비가 제조원가의 최대 20%에 달하는 물류 민감 산업이다. 제품 특성상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운송비 부담이 높은 편이다. 전날(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819.60원으로, 전쟁 발발 전보다 L당 400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부담은 공장과 현장을 잇는 BCT 운송 단가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고 결과적으로 전체 제조 원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재도입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도 시멘트 업계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화물차주의 최저 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2020년 도입됐다가 2022년 말 일몰됐으나 올해부터 시멘트와 수출입 컨테이너 품목을 대상으로 다시 시행됐다. 유가 상승분이 시차 없이 운송 단가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적 특성상 제조사의 비용 관리 재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안전운임제를 포함해 유가와 연동된 모든 운송 비용이 자동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어 원가 부담을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에 수요 부진 가세…식어가는 시멘트 가마
에너지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도 제조 원가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산 전력용 유연탄의 3월 기준 톤당 가격은 132.3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14.4%, 1년 전(96.60달러)과 비교하면 37% 상승한 수치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동반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특성상 고환율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량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고환율 충격이 비용에 곧장 반영된다. 3년 새 kWh당 105.5원에서 185.5원 수준으로 급등한 전기요금도 치명적이다. 시멘트 공장의 핵심 설비인 거대 가마(소성로)는 한 번 끄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24시간 내내 돌려야 한다. 제품이 팔리든 안 팔리든 엄청난 전기료가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문제는 이처럼 상승한 원가를 상쇄할 만큼의 시멘트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3810만톤을 기록하며 1991년 이래 34년 만에 처음으로 4000만톤 벽이 무너졌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암울해 지난해보다 약 6% 하락한 3600만톤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비축유 방출 등 시장 개입에 나섰으나 업계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당장 적자로 돌아설 단계는 아니지만 출하량 감소와 원가 상승이 맞물린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내 시멘트사가 건설 경기 침체가 시작된 2년 전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펴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