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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20년 사돈 동거 파국…태광-롯데, 결국 법정 가나

  • 2026.04.06(월) 07:00

롯데 이사회 독식에 태광 20년 견제와 균형 깨뜨려
태광 "사전승인없는 내부거래 위법"...대표 해임 예고

그래픽=비즈워치

강산이 두 번 변할 긴 세월도 태광산업과 롯데홈쇼핑의 해묵은 앙금을 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전부터 시작된 두 기업의 질긴 인연은 사돈지간이라는 특수한 관계마저 무색하게 만들며 결국 법정 난타전을 벌이는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인데요. 20년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이들의 갈등이 왜 지금 이토록 거세게 폭발하게 된 것인지 그 이면의 속사정을 짚어봤습니다.

흔들린 이사회 황금 밸런스

자료=아이클릭아트

가장 먼저 살펴볼 쟁점은 롯데홈쇼핑의 의사결정권입니다. 롯데홈쇼핑 지분은 대주주인 롯데쇼핑이 53.49%를, 2대 주주인 태광산업 계열사들이 44.98%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지난 20년간 이사회는 롯데 측 5명, 태광 측 4명으로 구성돼 나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균형이 깨졌습니다. 롯데 측이 이사회를 6대 3 구조로 재편하며 경영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간 것인데요. 태광산업 입장에서는 지난 20년간 유지해온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롯데가 일방적으로 저버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사실상 태광산업의 견제구가 무력화되면서 갈등의 도화선이 된 셈입니다.

이사회 재편에 발끈한 태광산업이 롯데 측을 향해 던진 창은 '불법 내부거래 의혹'입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롯데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와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서 법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전 승인입니다. 상법에 따르면 대주주나 계열사와 대규모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이사회가 미리 모여서 이 거래가 회사에 해가 되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승인을 해야 합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거래를 먼저 실행한 뒤 나중에 이사회를 열어 통과시키는 방식을 취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방식을 전문 용어로 '추인'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 이미 행해진 불완전한 법률 행위를 나중에 보충해 유효하게 만드는 절차를 뜻하는데요. 태광산업 측은 "사전 승인이 없는 내부거래는 명백한 위법이며 사후에 추인한다고 해서 그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롯데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반면, 롯데홈쇼핑 측의 항변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이사회 개편이 태광산업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인데요. 태광산업이 과거 찬성했던 양평동 사옥 매입 건을 두고 다시 매각을 요구하거나 롯데 브랜드 사용 중단, 대표이사 해임 등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경영 안정화를 위한 방어 기제가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내부거래로 규정한 구조 역시 지난 19년 동안 태광 측 이사진도 동의해온 방식인데도 이제 와서 위법을 논하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과거 태광 측이 제기한 유사한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도 조사 없이 종결했던 전례를 들며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해임 카드 등장할까

그래픽=비즈워치

태광산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의 해임이라는 강수를 뒀습니다. 오는 5월14일 열리는 롯데홈쇼핑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해임안을 공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한 것인데요. 2대 주주가 경영진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건 산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대주주인 롯데쇼핑이 50% 이상의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가 반대하면 태광산업의 요구는 사실상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태광산업이 부결 가능성이 큰 안건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이를 향후 벌어질 법정 공방을 위한 명분 확보용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주총에서 해임안이 부결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해임 소송이나 이사 선임 무효 소송 등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으려는 계산인 것이죠.

롯데홈쇼핑 측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태광산업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면 경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두 그룹의 갈등은 20년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롯데가 승리하면서 태광산업은 2대 주주로 밀려났고 이때부터 롯데의 인수가 부당하다며 사사건건 부딪쳐 왔습니다. 한때 사돈지간이었던 두 그룹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 인연도 갈등을 막아주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최근 홈쇼핑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위기 상황에서 2대 주주인 태광산업 입장에서는 롯데가 계열사 밀어주기에만 치중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삐그덕 댄 두 기업의 동거가 결국 법정행까지 거론되는 이번 사태는 기업 내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거래의 투명성 문제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이번 갈등이 기업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어떤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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