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도 사실은 '모양 싸움'입니다. 똑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라도 어떤 형태로 감싸느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데요. 어떤 배터리는 힘이 세고, 어떤 배터리는 얇고 유연하며, 또 어떤 배터리는 안전성이 강점입니다.
최근엔 테슬라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를 넘어 로봇·AI 인프라 시장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차세대 원통형 경쟁에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원통형·파우치·각형…배터리 3파전
배터리 업계는 크게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등 세 가지 폼팩터를 사용합니다. 음료 캔 같은 '원통형', 과자봉지 같은 '파우치형', 도시락통 같은 '각형'인데요. 단순 겉모양만 다른 게 아닙니다. 생산 방식부터 성능·가격·안전성까지 특성이 모두 달라요.
원통형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동그란 금속 캔 안에 배터리 소재를 돌돌 말아 넣은 구조입니다. 마치 두루마리 휴지처럼 양극·음극·분리막을 말아 넣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젤리롤'이라고 부릅니다.
강점은 높은 생산성입니다. 대량 생산에 유리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셀 내부 공간 활용도가 좋아 고출력·고용량 구현에도 적합한데요. 다만 여러 개의 셀을 묶어 사용하는 과정에서 셀 사이 빈 공간이 생겨 공간 효율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테슬라가 밀고 있는 '4680 배터리'도 대표적인 원통형입니다. 숫자는 지름 46mm, 높이 80mm를 뜻하는데요. 기존보다 크기를 키워 에너지 밀도와 출력 효율을 끌어올린 구조입니다.
반면 파우치형 배터리는 얇은 필름 소재로 감싼 형태입니다. 과자봉지처럼 형태를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요. 스마트폰처럼 내부 공간이 복잡하거나 얇은 디자인이 중요한 제품에 유리합니다.
전기차에도 널리 쓰이지만 외부 충격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추가 보강 기술이 필요하죠. 대신 공간 활용도가 높고 얇게 설계할 수 있어 완성차 업체들이 선호하기도 합니다.
각형 배터리는 금속 캔 구조입니다. 알루미늄 케이스 안에 배터리를 넣는 방식인데요. 쉽게 말해 '철제 보호갑옷'을 입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차처럼 안전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다만 무겁고 디자인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원통형, '실적 버팀목' 존재감 확대
최근 배터리 시장 분위기는 확실히 원통형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과거 노트북이나 전동공구 중심이었던 원통형 배터리가 이제는 전기차·로봇·마이크로모빌리티·ESS 등으로 빠르게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요. AI 시대와 맞물려 활용처 역시 한층 다양해지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시장은 전기차입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4680 등 대형 원통형 배터리 채택이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46시리즈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BMW·리비안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원통형 채택을 늘리는 분위기입니다.
로봇 시장에서도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봇은 제한된 공간 안에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 동시에 높은 출력과 긴 사용 시간이 요구되는데요. 업계에서는 고에너지 특성을 가진 하이니켈 원통형 배터리가 이런 조건에 상대적으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전력용 ESS와 UPS(무정전전원장치), BBU(배터리백업유닛)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적자 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특히 미국 ESS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수혜와 고부가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3조5764억원, 영업손실 1556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보다 64% 넘게 줄었습니다. 사실상 ESS와 원통형 배터리가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ESS와 원통형 배터리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을 방어했다는 설명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46시리즈'입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100GWh 이상의 46시리즈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는데요. 업계에서는 BMW 차세대 전기차 공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계약 규모는 약 10조원, 공급 기간은 10년 안팎으로 거론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4695 제품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말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680부터 46120까지 다양한 규격의 46시리즈 양산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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