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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한일 협력은 생존 문제…룰 메이커 돼야"

  • 2026.06.09(화) 17:28

"미·중 틈바구니서 살아남을 해법은 경제연대"
공동시장·빅텐트 제시…상설 협의체 제도화 추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한일경제연대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협력의 종착점으로 '경제공동체'를 제시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저성장,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새로운 국제질서의 '룰 메이커'로 도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기업·학계·청년 교류를 아우르는 '빅 텐트(Big Tent)' 형태의 상설 협력 플랫폼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서 "한일 경제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궁극적으로는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시장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일본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고 SK그룹과 최종현학술원이 공동 기획했다. '견고한 한일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김진표 전 국회의장 등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4년 한일경제연대 구상을 처음 내놓았을 때보다 여건이 더욱 엄중해졌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 정체가 본격화한 데다 자유무역 체제는 관세 장벽과 수출 규제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까지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미국·중국·유럽이 만든 규칙을 수용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며 "단순 교역을 넘어 경제와 안보를 함께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국제 환경에서는 규모를 키워야 발언권도 커질 수 있다"며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해법으로는 에너지·AI·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동 구매와 비축,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 전반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중동 외 지역 에너지 개발과 소형모듈원전(SMR),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에너지는 안보 그 자체"라고 말했다.

AI와 관련해서는 데이터 활용·인프라 투자·기술 규범 정립 과정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AI 시대에 필요한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함께 마련하면 비용 부담을 10~20%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 성장축으로는 반도체와 AI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메모리 기술과 일본의 제조 생태계가 결합하면 누구도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AI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이를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권 교체나 외교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빅 텐트' 형태의 상설 협의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학계·청년 세대가 참여하는 다양한 의제를 한곳에서 논의하며 규제와 제도상의 걸림돌을 사전에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는 "한일 관계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행력을 높이고 필요한 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공급망·에너지·AI 분야에서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고령화와 지역 소멸 같은 공통 과제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역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긴밀히 손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 규모를 단순 합산한 6조달러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경제연대는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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