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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도 '오감시대'…피지컬 AI가 바꾸는 센서 경쟁

  • 2026.08.02(일) 15:00

[테크따라잡기]
LG이노텍-日 TDK, 차세대 센싱 기술 맞손
카메라 넘어 촉각까지…멀티센싱 경쟁 본격화
2027년 피지컬 AI 핵심부품 상용화 목표

물건을 집을 때 우리는 힘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습니다. 손끝은 무게와 질감을 느끼고, 눈은 위치를 확인하며, 몸은 균형을 잡습니다. 여러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지금까지 로봇은 '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카메라로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하지만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 늘어나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졌습니다. 

이제 로봇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뿐 아니라 어디를 만졌는지, 얼마나 강한 힘이 가해졌는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까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피지컬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로봇에도 사람처럼 다양한 감각이 요구되기 시작한 겁니다.

최근 LG이노텍이 일본 전자부품 기업 TDK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로봇의 '눈'을 고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피부처럼 촉감을 느끼는 센서까지 함께 개발하며 피지컬 AI 핵심 부품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눈에 '균형감각' 더하다

지금까지 로봇의 핵심 센서는 '비전 센싱' 모듈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처럼 카메라로 주변을 보고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부품입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시각 정보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동하면서 영상이 흔들리기도 하고 물체의 방향이나 위치, 움직임까지 함께 파악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차세대 비전 센싱'입니다. 카메라뿐 아니라 관성·위치·음향 등 여러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하나로 합쳐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입니다. 기존 비전 센싱이 '영상' 중심이었다면 이제 여러 감각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센서가 IMU(Inertial Measurement Unit·관성측정장치)입니다.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화면이 자동으로 회전하는 것도 이 센서 덕분인데요. 로봇에서는 움직이는 동안 발생하는 흔들림을 보정해 주변 환경을 더욱 안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돕습니다.

LG이노텍과 TDK도 이런 차세대 비전 센싱 모듈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TDK는 20여년간 센서 사업을 키워온 글로벌 전자부품 기업으로 관성·위치·압력·온도 등 다양한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LG이노텍의 카메라·광학 기술과 TDK의 관성·위치·음향 센서를 하나의 모듈에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센서를 통합하면 로봇 제조사는 부품을 각각 구매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설계가 단순해질 뿐 아니라 개발 효율도 높아지는 겁니다.

민죤(오른쪽) LG이노텍 CTO와 슈이치 하시야마 TDK CTO가 지난 7월 28일 '피지컬 AI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LG이노텍

'전자피부'의 시대

하지만 사람도 눈만으로 물건을 집지는 않습니다. 가령 유리컵·계란·벽돌을 각각 다른 힘으로 쥘 수 있는 이유는 손끝이 압력과 접촉을 실시간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로봇에도 이런 '촉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촉각 센싱 모듈'입니다. 로봇의 손뿐 아니라 팔과 몸통 등에 부착돼 접촉 여부와 압력의 크기를 감지하는 부품입니다. 

특히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이나 휴머노이드에서는 사실상 필수 기술로 꼽힙니다. 물건을 너무 세게 잡으면 파손되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과 부딪히는 순간에도 접촉을 즉시 감지해 힘을 줄이거나 동작을 멈추는 등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개발 난도도 상당합니다. 사람의 피부처럼 작은 압력 변화까지 민감하게 감지해야 하는 동시에 수없이 반복되는 접촉과 충격도 견뎌야 하죠. 여기에 얇고 유연한 구조까지 구현해야 해 로봇 부품 가운데서도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로 거론됩니다. 

LG이노텍은 초정밀 모듈 설계와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TDK는 촉각 센서 기술을 맡아 2027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2025년 816억달러에서 연평균 36.1% 성장해 2033년에는 9604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AI 센서 시장 역시 향후 10년간 연평균 40% 넘는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LG이노텍도 카메라·라이다·레이더에 이어 촉각 센싱까지 영역을 넓히며 피지컬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처리하는 기술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AI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똑똑한 AI를 만드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는 더 뛰어난 '두뇌'뿐 아니라 사람처럼 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감각'에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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