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과 글로벌 전력망 교체 트렌드가 맞물리며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성장축이 초고압을 넘어 배전과 해외 현지화 영역으로 깊숙이 확장되고 있다.
초기 변압기 공급 부족 국면을 지나 각 사가 축적해 온 대규모 수주 잔고와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가 실질적인 이익 체급으로 고스란히 전환되는 양상이다.
고마진 초고압·배전 확대로 내실 채웠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전력 3사는 올해 2분기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 확대에 힘입어 일제히 수익성 지표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1418억원, 영업이익 28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7.3%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5.1%로 1년 만에 2%포인트(p) 상승하며 제조업 분야에서 이례적인 수익성이 이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력기기와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 전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주력인 전력기기 매출은 북미향 변압기와 해외 고압차단기 판매 호조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한 5359억원을 기록했다.
배전기기 매출은 국내 반도체 프로젝트향 배전반 공급 확대와 전남 신안 안좌도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매출 약 200억원이 반영되면서 1년 전보다 20.2% 늘어난 2312억원을 올렸다. 선박용 제품 중심의 회전기기 매출도 9.5% 증가한 1599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호조 속에 수주 곳간도 두둑해졌다. 2분기 신규 수주는 14억4000만 달러(한화 약 1조9500억원)로, 1년 전보다 44.6%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동기 대비 29.6% 늘어난 84억9000만 달러(약 11조5000억원)다.
데이터센터향 신규 모멘텀도 가시화되는 추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사와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전력·배전변압기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도 대규모 추가 장기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전체 전력 부문 내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내년 16%까지 급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 역시 북미발 호재 속 고마진 제품 납품이 본격화된 점이 실적 급성장을 이끌었다. 건설 부문 제외한 중공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1조1371억원, 영업이익은 2298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7.2%, 36.4%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20.2%를 기록했다.
실제로 2분기 중공업 매출 중 미국 비중은 38%로, 1년 전(23%)보다 약 1.6배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51.3% 늘어난 3조3242억원을 올렸고 상반기 누적 수주는 7조4981억원에 달해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보다 63.6% 불어난 17조5070억원으로, 전력 3사 중 가장 많은 일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고마진 제품 중심인 미국 비중이 57%에 달하는 만큼, 향후 미국발 고수익 일감이 실적 성장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외형 성장 속 세분화된 전략…생산 거점 증설 지속
LS일렉트릭은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1조5770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을 올리며 외형 면에서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2%, 영업이익은 64.4% 증가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1.3%로 전년 동기 대비 2.2%p 개선됐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배전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 증가한 4193억원을 기록했고 부산 2공장 가동 안정화에 따라 초고압 변압기 매출도 91.2% 급증한 1581억원을 나타냈다. 이중 북미 매출은 약 4000억원으로 역대 지역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2분기 신규 수주는 약 2조1000억원, 수주잔고는 약 7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데이터센터향 배전반 수주잔고만 전년 동기 대비 109.4% 폭증한 2조9억원을 기록해 시장 지배력을 입증했다.
전력 3사는 폭발하는 글로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 능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대응력을 높이고자 미국 유타 공장을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증설 중이며 텍사스 배스트럽 캠퍼스 투자와 함께 부산 초고압 변압기 연간 생산 능력을 8000억원 규모로 확대해 Full 가동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최대 전력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기업인 쿼타(Quanta)와 초고압 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증설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법인과 울산 공장의 2차 증설을 추진함과 동시에 청주 배전캠퍼스를 가동해 중저압 배전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