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에 최소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최저수입가격제(MIP)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공급망을 겨냥한 조치지만, 미국에 생산거점을 둔 한화큐셀과 OCI 등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과 사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中 독점 깨기 나선 美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폴리실리콘 조사 결과를 이르면 6일(현지시각)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수입 폴리실리콘 파생 제품에 최소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원료용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태양광 셀·모듈 등에는 일정 가격 이하 수입을 금지하는 최저수입가격제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권한을 부여한 규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 조항을 근거로 폴리실리콘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돼왔다.
실제 중국은 글로벌 폴리실리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약 95%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업체들의 과잉 생산 및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폴리실리콘 가격도 2022년 ㎏당 약 39달러에서 2024년 말 4.5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반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생산은 한국 OCI홀딩스와 독일 바커, 미국 햄록 등 3개 업체가 연간 약 11만톤(t) 규모를 공급하는 데 그친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관세 부과와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해왔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미국 폴리실리콘 업계는 중국산 또는 중국과 연계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정부의 무역 보호 없이는 자국 태양광 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관세에 따른 미국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시적 상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지원 대상과 규모는 미국 내 생산시설과 투자 규모 등을 기준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K-태양광, 기회와 변수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에는 폴리실리콘 수입 제한을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세가 광범위하게 부과될 경우 미국 내 태양광·반도체 생산은 물론 한미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조지아주 태양광 패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한화큐셀과 텍사스주 태양광 셀 생산시설에 투자한 OCI홀딩스를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큐셀은 중국산 제품 규제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비중국 공급망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하는 만큼 말레이시아·독일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일정 물량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취지다. OCI홀딩스도 강제노동이나 외국우려기업(FEOC)과 무관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산을 겨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OCI홀딩스는 미국 고객사와 2028~2029년 물량까지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3만5000t에서 7만t으로 2배 확대된다. 미국 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규제 방향이 확정돼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LTA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큐셀도 미국 조지아주 '솔라허브'를 중심으로 비중국 태양광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8.4GW 규모의 모듈 생산 능력을 갖춘 솔라허브는 OCI홀딩스가 공급하는 폴리실리콘을 활용해 잉곳부터 웨이퍼·셀·모듈까지 생산하는 미국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다. 중국산 규제가 강화될 경우 공급망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생산량 확대에 따른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발표에서 관세 적용 대상·예외 인정 범위·최저수입가격제 운영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핵심"이라며 "중국산을 선별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이라면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들의 수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규제 대상이 예상보다 넓어질 경우 일부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어 최종안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 재편에 맞춰 투자해온 국내 기업들은 실적 개선세도 이어가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 태양광 사업 호조와 폴리실리콘 판매 회복을 바탕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의 미국 밸류체인 구축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00% 이상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