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생산직·사무직 뭉친다…SK하이닉스 '통합노조' 출범 초읽기

  • 2026.08.10(월) 17:01

사흘 만에 3500명 결집…전체 임직원 10% 참여
'성과급 재협상'에 반발…이르면 금주 정식 출범
교섭창구 단일화 남아…올 임단협 참여 여부 주목

반도체 호황 속 성과급을 둘러싼 SK하이닉스의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술·사무직과 생산직으로 나뉜 기존 노동조합과 별개로 직군과 사업장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이 추진되면서다. 지난해 노사가 10년간 유지하기로 한 성과급 체계가 1년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 데다 정부까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새 노조 설립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PS 갈등에 뭉치는 직원들…노조판 바뀌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최근 기술·사무직과 전임직(생산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5일 준비 모임이 꾸려진 뒤 사흘 만에 3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존 노조를 탈퇴해 통합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견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노조 임시위원장은 지난 8일 공지를 통해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이번 주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에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직군과 사업장별로 나뉘어 각각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왔다. 새 노조는 이처럼 분산된 구성원들의 요구를 하나로 모아 교섭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통합노조 추진에 불을 붙인 건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상한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기본급 1000%였던 상한을 없애고 산정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10%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사는 이 체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가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체계 변경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사측은 PS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불황기 현금 유출 부담을 낮추고 보상을 장기 성과와 연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사주로 성과급을 받으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직원이 떠안을 수 있고, 주식을 지급받는 시점의 시세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특히 10년간 유지하기로 한 성과급 체계를 합의 1년 만에 다시 협상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한 반발이 크다.

통합노조 추진 측도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완전한 이행'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임시위원장은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협상안을 전면 철회시켜 임단협에서 성과급 안건을 완전히 분리하고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교섭 주도권'

교섭이 장기화한 것도 새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노사는 지난 6월 말 협상에 들어갔지만 지난 4일 청주캠퍼스에서 열린 5차 본교섭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기존 노조가 조합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교섭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성과급 제도 손질 움직임도 변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은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도록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성과급을 포함한 노사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한 지침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성과급 제도 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성과급 제도가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세력 확대 과정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한때 조합원을 7만6000여명까지 늘리며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올해 삼성전자 임금 교섭에서는 반도체(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이끌어냈다. 대규모 조직을 기반으로 교섭력을 높인 사례인 만큼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도 하나의 선례가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 노조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야 한다. 통합노조가 얼마나 많은 조합원을 확보해 교섭대표 지위를 얻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부터 영향력을 행사할지, 내년 교섭부터 본격적으로 나설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